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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에서 정치적 효능감과
논쟁적 이슈를 다루기

노르웨이 민주시민교육 전문가 4인 초청 국제 포럼 소식

by 교실밖

11월 24일 저녁, 우리 교육과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36개 단체 연합은 노르웨이의 민주시민교육 사례를 공유하는 국제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은 같은 단체에서 주관한 덴마크 및 핀란드의 민주시민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국제 포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행사이다. 200여 명의 각 단체 회원이 참여한 이번 포럼은 '민주시민교육과 정치적 효능감'을 주제로, 노르웨이의 사례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풍부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오슬로 메트로폴리탄 대학교(Oslo Metropolitan University) 소속의 네 발표자는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노르웨이는 어떻게 민주시민을 기르는지에 관해 사례와 견해를 밝혔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앤데르스 G. 셰스트베트(Anders G. Kjøstvedt)는 노르웨이 시민교육의 역사적 배경과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노르웨이는 2024년 이코노미스트 민주주의 지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앤데르스 교수는 노르웨이의 높은 사회적 신뢰는 주로 1800년대 초부터 이어진 오랜 평화와 안정, 19세기 민주적 시민 사회의 강력하고 다양한 발전, 1945년 이후의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 그리고 역사적으로 낮은 인구 밀도와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격차와 같은 사회적·역사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인 에비 예속(Evy Jøsok) 교수는 논쟁적 이슈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였는데 에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가 논쟁적 주제를 수업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이고 의식적인 태도를 가질 때 학생들의 정치적 효능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상쇄하는 데 성공한 학교의 교사들은 논쟁적 이슈를 다루는 데 더 개방적이고 의식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은 한국의 교육자들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배경 효과를 완화하는 데 성공한 학교의 교사들은 논쟁적 이슈를 합리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논증할 수 있거나 이념적 불일치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의 교사들은 주로 분열적이고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발표자인 에바 코스베르그(Eva Kosberg) 교수는 정치적 효능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교가 학생들의 효능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정치적 효능감이란 개인이 정치적인 것과 관련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기 인식을 의미하며, 자신의 행동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과는 구분된다. 에바 교수는 정치적 효능감이 정치 참여에 명확한 영향을 미치므로, 학교가 학생들의 효능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사회과 교실에서 학생들이 정치적 토론에 참여하는 데는 '체면이나 친구를 잃을 수 있다', '청소년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한다', '타인의 의견을 바꿀 수 없다' 등의 장애물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교사와 또래의 존중과 지원, 안전망 구축을 위한 그룹 활동, 교실에서의 정치 실천, 다양한 관점과 해결책에 초점을 맞춘 논의 구조 등을 제시하였다.


마지막 발표자인 난나 파스케(Nanna Paaske)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에서 평가의 역할, 특히 가치·태도에 대한 민감성을 다루었다. 난나 교수는 노르웨이의 총괄 평가(예: 10학년 구술 시험, 고등학교 최종 평가)는 학생의 지식, 기능, 그리고 특정 분야의 지식을 기반으로 성찰하고 분석하며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시험은 학생의 가치나 태도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형성평가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화면 캡처 2025-11-24 210923.png 포럼 발표 중인 오슬로대학교 교수들 ⓒ 함영기


발표자들은 한국에서 이 포럼을 청취한 참가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였다. 특히 논쟁적 이슈를 다룰 때 교사를 보호하는 노르웨이의 제도적·문화적 장치에 대한 질문에 에비 예속 교수는 노르웨이의 국가 교육과정에 교사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고 수업이 논쟁적 이슈를 다루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제도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맥락에서 떼어내 소셜 미디어에 유포하거나, 부모가 젠더 및 성 관련 주제 논의 시 자녀의 수업 참여를 거부하는 등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정치적 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실질적 전략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에바 코스베르그 교수는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정치적 효능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며, SES 수준이 낮은 지역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실천 기회를 적게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하였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시민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데 어떤 노력을 해야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이 보장될 수 있을까라는 참여자의 질문에 노르웨이 발표자들은 즉답 대신 교사의 핵심적 역할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도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한 도전 과제가 있으며 예컨대 민주주의 참여자 간의 사회적 불평등 심화,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으로 인한 사회적 공간 감소, 정치적 의사 결정으로부터 시민들이 느끼는 거리감 확대 등의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포럼 참여자들은 포럼이 끝난 뒤 소감을 나누면서 한국에서 민주시민교육의 과제에 대하여 토의하였다. 특히 참여자들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포럼이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 사례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후속 포럼을 기약하였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https://omn.kr/2g6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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