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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회문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차단에 대하여

답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피해 갈 수 없는 문제 앞에 섰다

by 교실밖

귀가 솔깃한 뉴스를 읽었다. 호주 정부가 이번 달 10일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게 최대 5천만 호주달러(약 48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국가 단위로 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이런 규제는 세계 최초다. 이미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한국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 국민의 77%가 이 조치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는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에서 제안된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실제로 구현된 첫 사례다. 일견 화끈하고 시원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로 인해 나타날 복잡한 문제들이 많을 텐데 하는 우려도 있다.


나는 두 번에 걸친 <불안세대> 서평을 통해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금지하자는 하이트의 제안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처방하는’ 방법이라고 썼었다.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전쟁을 막지 못한 사례가 무수하게 많듯이 말이다.


이번 호주 정부의 결단을 두고 찬반 논쟁이 있을 것이다. 한쪽은 청소년 보호의 필요성을, 다른 쪽은 과잉 규제와 실효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논쟁의 구도 자체가 아니라, 이 정책이 드러내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다.


최근 10년 간 주요 선진국의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악화 추세를 보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율이 증가했고, 자해와 자살 시도도 늘었다. 여러 통계는 이 시기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보급 확산 시기와 겹친다는 것을 보인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여전히 논쟁 대상이지만,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호주 정부의 결정은 교육적 접근이나 자율 규제를 기다리기보다, 즉각적인 차단을 선택한 것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는 하다.


유럽 각국 역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유럽은 두 가지 경로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하나는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사전 규제’ 체계이고(유럽 쪽의 AI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가 바로 이것) , 다른 하나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연령 제한 강화이다.


연령 제한의 경우 15세가 새 기준점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한국의 14세보다 1년 높은 수준이다. 이미 내년부터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바 있는 우리나라 역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예상컨대 규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조금 더 높을 것이다. 물론 신중한 의견도 있다. 16세 미만을 일률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은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한다. 개인의 성숙도나 사용 목적, 맥락은 고려하지 않는다. 15세 청소년과 10세 아동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학업이나 창작 활동을 위한 사용과 오락적 사용을 구분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은 정책 설계에서 배제되어 있다.


아울러 이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VPN이나 우회 접속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청소년들이 더 은밀한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오히려 성인의 지도나 개입이 어려워진다. 금지의 실효성은 집행 수단의 정교함에 달려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 구체적 방법이 불명확하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중독성, 사이버 불링, 비현실적 비교 등의 부정적 측면과 함께, 사회적 연결, 정보 접근, 자기표현의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전면 차단은 이 복잡성을 쉽게 단순화한다.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 본다면, 이들의 정보 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도 고려 대상이다. 물론 이 권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보호 필요성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문제는 호주 정책이 이 균형점을 어디에 설정했는지, 그 판단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480억 원의 벌금을 플랫폼 기업에 부과한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청소년 보호 책임은 주로 부모와 교육 기관에 있었다. 이른바 “부모와 교사가 관리하면 된다”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학교 및 학부모의 관리 능력과 플랫폼 기업의 기술력은 방법과 효과 면에서 크게 다르다. 바로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호주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행되기가 쉽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설계한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개인화된 추천 등은 모두 사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장치다. 이런 구조적 설계 앞에서 개인의 자제력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잘못짚는 것이다. 호주의 정책이 책임을 기업으로 이동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생기는 질문 하나. 플랫폼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단순히 ‘16세 미만 차단’인가, 아니면 ‘알고리즘 설계 변경’인가? 전자라면 증상 관리에 그치고, 후자라면 구조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 호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전자에 가깝다.


한국은 2011년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했다가 2022년 폐지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였다. 폐지 이유는 실효성 부족과 청소년 인권 침해 논란이었다. 부모 계정 도용, VPN 우회 등으로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청소년을 잠재적 문제아로 보는 시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현재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서비스들이 만 14세 미만 이용자의 경우 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부모 동의 없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연령은 만 14세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소셜 미디어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 권한의 문제이다. 실제로는 많은 플랫폼들이 이용약관에서 만 14세 이상을 가입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 많은 14세 미만의 아동, 청소년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 부모의 형식적 동의를 얻어서 말이다.


호주의 소셜미디어 규제는 게임 셧다운제보다 포괄적이고 강력하다. 게임은 특정 시간대만 제한했지만, 소셜미디어는 전면 차단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직면할 문제가 있다. 실효성과 권리 침해 논란이다. 게임은 여가 활동이지만, 소셜미디어는 사회관계와 정보 접근에 더 밀접하다. 차단의 영향이 더 광범위하다는 의미다.


특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세대에게 소셜 미디어는 생활의 일부로 정착했다. 한국 사회가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한 것과 동일한 논리로 소셜미디어 규제에 대응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는 문제의 제기, 실행과 규제 과정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책의 가장 큰 의미는 실험적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국가 단위 규제의 실효성,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의 변화, 우회 접속률, 사회적 수용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다른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고 자료가 된다. 물론 이 실험이 통제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다른 변수들(경제 상황, 교육 정책 변화, 팬데믹 후유증 등)이 작용하므로, 순수하게 소셜미디어 차단의 효과만을 분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소한 전면 차단이라는 선택지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를 얻게 된다. 유럽 각국은 호주의 이번 조치를 두고 ‘부럽다’라고 말한다.


차단이 아닌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 플랫폼 설계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다. 청소년 계정에 무한 스크롤 금지, 추천 알고리즘 제한, 사용 시간 의무 표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접근을 막는 대신, 접근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이런 방향을 모색 중이다.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미성년자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고, 타깃 광고를 금지한다. 차단보다는 설계 변경에 초점을 둔다.


한국도 이 선택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식 전면 차단, 유럽식 설계 규제(유럽 모든 국가가 설계 규제 쪽의 입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또는 제3의 방식. 각각의 효과와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 셧다운제 폐지 이후 청소년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듯이 소셜미디어 문제도 단순히 방치할 수는 없다.


호주 정책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청소년 정신건강이 개선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회 접속이 일반화되어 실효성을 잃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것이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의 결과를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이 실험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답을 준비해야 한다. 청소년 보호와 권리 존중, 기업 책임과 실효성, 즉각적 조치와 장기적 해법 사이에서 어떤 조합을 선택할 것인가. 답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피해 갈 수 없는 문제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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