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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Sep 17. 2016

서른살에 씩씩하게 자라는 법

스투키 새싹을 다듬으며, 씩씩해지겠다 다짐했다.

처음 데려왔을땐 아기같던 스투키였다. 스투키는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잘 티가 나지 않지만, 주위에 자라난 새싹들을 보면 한껏 자라난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 야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문자도 들어오는 것이, 이제 슬슬 새싹 정리하는 법을 정리해 올려야지 할때 즈음이다.


바쁜 삶 속에서 오랜만에 흙을 만졌다.


두꺼운 심을 자랑하는 코뿔소 스투키

한동안 야근만 하다보니 캄캄한 밤에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눈길도 못주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녹초가 되어 들어오곤 하다보니 슥 문을 지나치는 것이 일쑤였다.


살짝 구름 낀 날씨에 오늘이다 하고 들여다본 아이들에겐 새싹이 한참 자라나있었다. 


그래, 너희들 열심히 크고 있었구나


바쁜 회사 근무로 인해 서른살 직장인 취미로 다시 남게 되었다. 야시장을 나간지 꼭 한달만에 결국은 금요일 참석이 어려워지면서 불참으로 인해, 야시장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꿈을 안고 멋진 농장을 짓고 싶은 꿈은 바쁜 회사생활로 막을 내리는가 싶었다. 


물론 꿈의 시작은 스토리펀딩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따뜻한 봄이 오면, 그땐 다시 근사한 농장을 열어 더 많은 이들을 힐링하겠노라고. 화려하진 않지만, 누구나 와서 힐링할 따뜻한 공간을 봄엔 꼭 열겠노라 생각하고나니 힘이 불끈 불끈. 지금부터라도 배워야할 것이 많았고, 우리 아이들을 돌봐야할 의무가 생긴 기분이었다. 이런게 부양(?)의 힘이던가.


내가 바빠도 아이들은 열심히 자라고 있었다. 고마운 식물들. 누가 힐링덩어리들 아니랄까봐.


새싹정리를 하려면 우선은 관상용 조약돌을 빼내야한다.

사실 관상용이기도 하지만,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조약돌을 덮어주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이 회색빛 돌은 물을 머금으면 반짝이는 까만돌로 변해 참으로 예쁘고 마음에 든다.

흙을 손에 올리고보니 기분이 좋다.

오랜만이야. 많이 그리웠어. 


내 미니 작업장.

버섯을 주문해먹곤 하는데 그 버섯 스티로폼 박스를 내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란다정원을 꾸미는 힐링취미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이런 스티로폼 박스를 활용해볼 것을 추천드린다. 삽은 천원짜리인데 진짜 비싼 삽 부럽지 않게 최고다. 삽만 몇개를 구매한지 모르겠는데 쇠로 된 것은 물을 머금으면 녹슬어버리고, 이 플라스틱 삽은 녹슬 걱정 없는데다가 가볍기까지 하다. 끝이 뾰족해 화분에 담을때도 쏙쏙 잘 들어간다.


계속해서 새싹 다듬는 작업을 진행해보면, 내 미니 작업실(?) 에서 스투키를 잡고 살살 뽑아주면 쑥 뽑혀나온다. 미안미안.

스투키는 원채 뿌리가 작다. 파뿌리같이 생겼다. 

새싹들은 저렇게 잡아서 똑똑 소리나게 꺾어주면 끝! 정말 새싹다듬기 너무너무 쉽다.


첨엔 이녀석들 이렇게 잘라내도 되는걸까 걱정했다.

게다가 뿌리도 없는데 어떡하지? 걱정했지만, 이렇게 꺾는게 맞는듯 하다. 왜냐면 이렇게 해서 키워보고 있으니까.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신분은 댓글 부탁해요!


이 새싹들은 매우 작고 귀엽다. 사실은 더 단단해질때까지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듯 하다. 새싹이 자라면 화분이 좁아보이지만 실제로 뿌리쪽은 원채 작기 때문에 자라는데 큰 방해가 되지 않고 있다.


다시 흙을 담아준다. 스투키는 붙여서 심어주는것이 제일 예쁜 듯 하다.


분갈이를 하고나면 스투키가 버둥버둥 움직인다. 흙이 말랑말랑하면 잘 움직이기 때문에 스투키 주변으로 꾹꾹 눌러담아준다. 그렇지만 아주 꽉 눌러담지 않는 이유는 흙이 어느정도 숨을 쉬었으면 해서.


그래서 그냥 화분을 톡톡 몇번 두들겨준 후에 스투키 주변만 눌러 담아주고있다.

안녕? 모네의 정원!


모네의 정원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림을 좋아하시는 이모부가 짓게 된 이름이지만, 그리고 나는 정말 잘 모르는 그림이지만. 모네라는 화가는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좋아하는데다가, 가든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글씨 하나가 저렇게 고급감 있게 나온걸 보면 디자이너분께 정말 백번 감사하고 싶을 따름이다.


새싹들을 모아보니 꽤 많다. 이게 한 화분에서 나온 것들이니까 여러 화분을 가진 내게는 하루 꼬박 작업할 정도로 꽤나 많은 양이었다.


이게 딱 세개정도 작업한 분량인가. 그러니까 20개 화분 정도 작업했으니 정말 한 웅큼 나왔다.

새로운 녀석들이 반갑고 씩씩하게 자라주었으면 한다. 역시 씩씩한 것이 좋다.


이녀석들이 청소년기의 녀석들과 다름없다. 잎이 벌써 단단해져 제법 스투키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농원에 한번에 심으려고 작은 새싹들을 다 정리했는데, 이렇게 단단한 정도가 되면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내 작업장인 계단에서 한컷 찰칵!


새싹을 깨끗이 정리해주었다. 몇몇녀석들은 아직 못한 것도 있는 것이 조약돌 발라내기가 쉽지않다.

막상 다 정리해준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머리를 깎은 듯 꽤나 시원해보이는 모습이다.


새로 자라난 새싹들은 또 다시 씩씩하게 자라나겠지. 느리지만 굉장히 꾸준히 자라나는 녀석들. 부지런하다.


주말동안 화분 정리를 좀 해주었다. 왠만한 꽃집 부럽지 않게 많은데, 욕심에 우선 데려온 녀석들이 많다. (이게 다가 아니고 이만큼이 더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집에만. 농장까지 험험...진짜 많긴한 거 같다. 욕심쟁이)


화분도 모네 화분에 다 옮겨담아야지 하고는 도무지 다 담아내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키우는 녀석들도 많다. 백도선은 온라인으로 몇몇 분양 보냈는데 영 연약한 녀석들이라 분양이 쉽지 않다. 그래서 클 때까지 내가 데리고 있어보기로 다시 분갈이를 해주었다. 단단하게 쑥쑥 자라자. 

스투키가 아직도 여럿 남아있다. 온라인 판매는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온라인이든 아니든간에 스투키를 본 꽤 많은 분들이 '싱싱하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원채 쪼잔하게 일일이 확인하고 구매하다보니 싱싱한(?) 녀석들을 데려오게 되는데 왠지 싱싱하다는 말이 어색하다. 근데 재밌게도 그 표현말고는 이를 표현하기 어렵다. 후레시한 녀석들. 싱싱해서 다행이다.


비모란도 욕심이 넘쳤다. 다시봐도 재밌는게 너무 예쁘다고 데려왔는데 막상 판매는 따로 할 계획이 없었다. 무슨 욕심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울리는 화분을 찾게 되면 분양 준비를 할 예정이다.


그 외에 선인장에 관심이 많아 정말 종류별로 다있다. 


아래 이름도 기억안나는 부채처럼 펼쳐진 녀석은 원래 색이 이상했다. 남들 다 푸른색인데 붉게 물들은것이 아파보였고, 불쌍하게 버려질 것만 같아 데려왔는데 우리집에서 엄청 파랗게 자라났다. 고맙고 사랑스럽다.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나 또한 씩씩해지겠노라 다짐하게 된다.






간만에 흙을 만지니 기분이 참으로 좋다. 회사 이야기를 주위에 풀어놓고나면 많은 사람들이 '왜이리 불쌍하니' '고생한다' '시트콤같다'는 말을 많이 할정도로 일도 많고 탈도 많다. 이상하게 모든 회사에서 그런 경험을 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내 문제가 있는 것인데, 정말 마케팅을 마지막으로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버텨보지만 업무 강도며, 주위 시선이 생각보다 강해 불과 몇개월전 느끼던 지옥같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있다.


머리가 벗겨지고, 장염이 심해져버리면서 다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걸까?



서른살, 꽃농부로 다시 돌아온 주말은 참으로 행복했다. 

반려식물들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잠시나마 깊게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해답은 나오지 않더라도 화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 어쩌면 직장인들에게 취미가 필요한 이유는 잠시나마 기댈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한건 아닐까? 취미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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