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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가 돌아왔다

2025년의 클로버가 의미하는 건?

by 카마

유난히 거리에서 클로버가 자주 눈에 띈다.

홍대에선 일명 '네잎클로버 아저씨'가

장당 2천원에 클로버를 판다.

'어랏.. 사람들이 행운이 필요한가?'


어렸을 때도 클로버를 선물로 주고받던 기억이 있다.

투명하고 도톰한 코팅지 사이에 클로버를 끼우고

닳을세라 소중하게 다뤘다.


연노랑빛 야광 배경에 클로버가 담긴 키링을

필통에 부적처럼 넣고 다니면서 행운이 올 거라 믿었다.

아마 2000년대 초반쯤 되었을 테다.


2025년 요즘의 클로버는

그때와는 다르다.

선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첫째, 네잎클로버와 세잎클로버를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취급한다.


나 때는 오직 '네 잎' 클로버만이

유일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풀밭에 쭈그려 앉아서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풀 사이를 헤집었다.

길바닥에 널린 건 세 잎짜리였지만,

그런 건 보물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세잎클로버라고 천대받지 않는다.

아무튼 클로버란 좋은 것.

행복도 행운만큼 소중한 것.

그러니 기꺼이 기쁘게 받겠다는 의미다.


로또나 주식 떡상처럼

커다란 행운을 바라는 것만큼이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자주 마주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세잎/네잎 클로버의 평등 시대를 열었으리라.


둘째, 클로버는 무엇이든 된다.


그러니까, 굳이 '이파리'라는

태초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다.


클로버 모양으로 NFC 키링도 만들고,

심지어 검정으로 칠해

블랙 클로버를 만들기도 한다.

(좌) NPS 럭키키링 (우) 롱블랙 문장키링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 클로버를 폰에 찍으면

오늘의 운세나, 문장이 나타나서 힘을 준다.

'행운'이라는 보이지 않았던 가치를

보다 구체적인 문장, 운세 등

형태로 직접 전달을 하는 셈이다.


풍선껌 종이에 담아서

클로버 모양으로

껌종이를 접을 수 있게도 한다.

럭키 롯데껌 에디션

껌보다는 간편한

젤리를 더 자주 씹는

우리 세대 친구들은

이런 걸 낭만이라 여긴다.

'럭키' 한 단어가 더해졌을 뿐인데,

힘내야 할 친구에게 쥐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올영세일 포스터에도

귀여운 클로버가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올리브영 올영세일



어쩌면 '클로버'라는 것은

경기불황마다 되돌아오는

대중들의 멘탈 수호신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행운과 행복을 주고받으면서

오늘 같은 보통의 하루를

하루하루 잘 보내보자는

일종의 어떤 의식적인 주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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