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
중3 첫째가 등교시간 몇 분을 남겨 놓고 현관문을 나섰다. 이제야 모든 가족들이 출근과 등교를 마쳤다. 나도 나만의 세계로 출발이다!
가방을 열고 노트북과 한 아름의 책을 넣는다. 점심 도시락은 아침에 먹었던 것들을 다 쓸어 담아서 마련한다. 집 앞 도서관이 오늘 쉬는 날이라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곧 마감을 앞둔 작가처럼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사실 서평단 마감날을 앞두고 급하게 몇 글자 쓰는 중이다. 원고료를 받는 글은 언제쯤 쓸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쓰면 된다. 그런데 처리해야 할 서평단 글이 있다. 더 나아지는 글을 쓸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서평단을 신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전까지 부지런히 읽고 쓰기 위해, 혹은 책의 표지에 혹해서. 이내 후회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내가 저지른 일을 감당해야 한다. 내 글을 쓸 여력은 없으니 서평단이라도 해야지 라며 합리화한다. 무한반복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
하지만 한겨레출판사와 위즈덤하우스 도서들은 꽤 읽을 만하다. 주옥같은 작품들도 많다. 기간을 정해놓고 활동하기로 약속했으니 해야 한다. 이 기간이 끝나면 하지 말아야겠다, 고 다짐하지만 또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기 전에 내 글을 향한 열정과 시간과 에너지를 보관해 놓고, 어느 것도 침범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약간의 용돈을 벌 수 있는 도서관 수업을 내려놓지 못하면, 본격적으로 읽고 쓰는 작업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이 돈에 의지해서 그럭저럭, 욕 듣지 않을 정도로 연명할 수 있는 현실은 계속 나를 안주하게 만들고 있다. 원고료를 받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럴 자격과 능력이 되는지 늘 스스로 의문을 표하며 도망갔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독후감과 에세이 공모에 당당히? 가작으로 당선되었다. 부족하지만 읽을 만하다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부지런히 연습하고 쓰다 보면 나아질 것이니 열심히 써보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싶다. 처음에는 사실 누구에게라도 굳이 말하지 않고 싶을 정도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렇게 다짐하는 순간부터 무작정 쓴다. 서평단 책을 다 읽고 완료한 후에 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도 이렇게 쓰고, 다 못해도 쓰고, 다 하고도 쓸 것이다. 한 마디로 그냥 쓰자고. 이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길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