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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나

오랜만에 우리 가족

by 책선비

교회 추수감사절&21주년 예배에서 소개할 감사제목 영상을 만든다고 온 가족이 모였다. 둘째는 숙소에 있어서 사진으로만 함께 했다. 잘 갖추고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내추럴하고 꾸밈이 없이 카메라 앞에 앉았다. 어수선한 대로 말이 나오는 대로 대충 하다 보니 평소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영상에 내 모습은 무난했다.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지만 볼만했다. 예전과 달리 많이 민망하고 몸 둘 바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표정이나 몸짓은 경직되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공개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건 여전히 긴장하게 만들긴 하지만 그래도 미소를 좀 띠고 다정한 눈빛을 장착해도 될 텐데 좀 아쉬웠다.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나는 훨씬 딱딱한 사람인 것 같다. 내 마음은 아닌데. 오히려 너무 물렁하고 약하고 금세 부서질 듯 위태로운데. 아마도 이런 상태를 숨기고 싶어서 더 힘을 주고 있나 보다. 이젠 이런 분석도 그만하련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마이~~~ 일! 열 번을 말하며 입꼬리 올리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다정한 눈빛은 어떻게? 물리적인 연습으로만 되는 건 아닌 듯하다. 내 마음 씀씀이가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 있다. 나는 늘 내 문제에 빠져 있어 다른 사람에게 눈길 주는 일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래서 다정함까지 갖추기가 어렵다. 이는 핑계나 변명이라기보다 뒤늦게 깨달은 자기 인식에 가깝다. 쥐어짜야 겨우 몇 방울 떨어지는 다정함...이라도 눈에 담아보자. 내 문제에서 멀찍이 벗어나서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떨어지는 낙엽에게 시선도 돌려보자.


셋째 진선이가 만든 솔방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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