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려고, 단 한 번 자기 몸을 제물로 바치셨고, 두 번째로는 죄와는 상관없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셔서 구원하실 것입니다.
히브리서 9장 27-28절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부분 삶의 위기에 처한 이들일 것 같다. 얼마나 절박할까. 아무것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서 주님만 찾고 또 찾는다. 혹은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을 살아도 마음이 공허한 이들도 주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 주님은 이들이 찾을 때마다 곧바로 만나주시는 분일까.
주님 한 분만 바라며 간절히 찾지만 주님은 곧바로 만나주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주님께 따진다. 이렇게 부르짖고 붙들고 있는데 이는 왜 다가와 주지 않냐고. 좋은 말로 기도하다가 지치면 불만과 억울함을 토로하다가 이런 불손한 태도 때문에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으실까 봐 회개하기를 무한반복.
성경은 말한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셔서 구원하실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 주님을 정말 만나고 싶다면 기다릴 수 있다. 그게 사랑이고 믿음이다. 물론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주님을 만나고 구원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들과 주님의 관계이다.
나는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인가. 아닌 것 같다.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이 맞는지 틀린 지가 제일 중요했다. 맞으면 맞다고 확인받고 싶고 틀렸으면 왜 그런지 이유를 듣고 싶어 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그 생각과 감정은 어디로부터 왔고 왜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 묻지 못했다. 내가 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니 주님을 믿는다고 해도 그를 찾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았다.
지금 나는 삶의 여러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인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으며 주변의 모든 관계를 끊고 싶어 한다.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자기혐오가 심각했음에도 나는 나를 붙들고 있었고 이제는 내팽개치고 싶다. 이런 방식이 아니면 도무지 내가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야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다.
내가 민망하고 당혹스럽다. 변덕이 심하고 게으르며 자기모순적 모습에 기가 찬다. 과거에 저지른 숱한 잘못과 실수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부끄럽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망가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돈도 없고 갈 곳이 없다. 이런 나를 받아준 사람들, 이들은 진정 위대한 이들이다. 어떻게 그들 옆에 뻔뻔하게라도 버티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님이 있다. 아무것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지만 나는 주님을 찾고 기다릴 수 있다. 나에게 있는 것이라고 이것뿐이다. 기다릴 무엇이 있다는 것으로도 나는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있다. 이제 나로부터 벗어나,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입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