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함의 색감
그림출처 : 오치균_감나무
감이 나무 전체를 자기 색으로 물들어버렸다. 누구라도 진한 주홍색에 빠져들게 된다. 성숙함과 안정감이 물씬 느껴지는 색감이다. 먹음직스럽다가도 그저 한없이 쳐다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듯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기분 좋게 주홍색으로 물들어가고 그렇게 가을은 익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가을 낙엽을 밟았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낙엽에 환호하며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인생의 큰 즐거움이다. 곧 닥칠 겨울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으스스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금새 불안을 덮어버린다. 아이들은 겨울도 저렇게 즐기지 않을까. 감처럼 능숙한 주홍색을 머금고도 아이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겨울이 오면 얼마나 추울까, 작년보다 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현실 앞에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