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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를 읽고 벤츠 산 교수님 이야기

욕망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

by 임요세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나는 자기 계발 서적을 읽고 벤츠를 샀다>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제목 때문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의 저자 최성락은 당시 경영학과 교수였다. 86세대의 마지막 끝자락 80년대 후반 학번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던 걸 보면, 당시엔 40대 초반 정도였을 거고, 지금은 아마 50대 초반의 중년이 되었을 거다.


그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출신이다. 석사, 박사까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책 출간 당시 모 지방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슈퍼엘리트'다. 그런 현직 경영학과 <교수님>이 자기 계발서를 출간했다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경영학 교수의 대담한 고백이라는 부제목도 십분(十分) 이해가 된다.


책 내용엔 우리의 편견, 혹은 상식을 깨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그의 실천 사항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방안에 수긍하게 되는 건 누가 뭐래도, 그의 사회적 지위, 위상이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불교에서는 욕망 충족의 방법으로 첫째, 스스로 욕망을 마음속에서 지우는 방법 <선(禪)>이 있고, 둘째, 욕망을 충족시켜 그 욕망에서 벗어나는 방법 <탄트라(Tantra)>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법정 스님(무소유)이나, 법륜 스님 등 현대인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분들이 일반인들에게 설법하는 내용이고, 우리에게 상식적으로 다가오는 방법이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욕망에 충실함으로써 그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언뜻 당혹스럽긴 하나, 적극적인 실천의 정신을 중시하는 본질적 해결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근대화된 나라, 쉽게 말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권력, 명예, 부>는 한 개인이 모두 차지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투명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때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이 갖가지 부정을 저질러도 사회적인 통제, 즉, 법 집행이 느슨한 측면이 있었고,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해 있었기 때문에, <권력, 명예, 부>가 서로 양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전문직에 종사한다 해도, 자연스럽게 부자(富者)가 되긴 어렵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면, 직업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것 외에도, 다른 투자 방법,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물론, 대형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 대형 회계법인 소속 파트너 회계사, 대형병원 소속 의사, 대기업 임원 등 소수의 고소득층은 여전히 높은 연 소득을 받으며, 급여소득만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릴 가능성이 크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다.


최고학부인 서울대학교 출신, 그중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의 주변 사람들만 봐도 그러하다. 그들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 고위직 공무원(행정고시), 금융기관, 대기업, 공기업, 법조계, 학계(교수, 연구원) 등으로 진출했다. 사회적으로 선망하는 직업, 직장인 것은 틀림없으나, 40대가 된 그들의 행복지수, 그리고 경제적 자유 지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 일하는 가를 빼고,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생활인으로 볼 경우, 그들의 급여는 일반적인 월급쟁이들보다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니었다. 실례로, 그의 지인 중 <벤츠 E클래스> 자동차(혹은 그에 준하는 외제중형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많이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수백만 원 수준의 급여생활자가 벤츠를 구매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봉 4~5천만 원 정도에서 시작되는 대학교수의 연봉으로는 서울의 전셋집 마련도 쉽지 않다. 기껏해야 오피스텔이다. 대학교수라는 명예와 사회적 위상에서 오는 만족감은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그것을 위해 그 오랜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의 주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꿈으로 삼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교 교육은 <경제적 자유>를 가르치거나 권하지 않는다. 학교는 좋은 고용주가 아니라, 좋은 직원을 양성해 내는 곳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갖고 직장에 들어가서 생활인으로 살다 보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제적인 어려움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자신의 근로소득으로만 사는 경우 그렇다는 얘기다.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서울대학 출신들의 삶도 이럴진대, 보통 사람들이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것, 경제적인 자유를 획득한다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학자 겸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좋은 사회와 나쁜 사회를 구분 짓는 기준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수준이라고 했고, 이것이 오늘날 '복지국가'의 근거가 되었다.


빈부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저성장, 고실업, 고령화, 저출산>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의 혜택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기 계발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계발서>의 주요 내용은 사실 책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목표 정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시도하기, 목표를 구체화(수량화)하기, 그 목표를 적기(이미지화) 등이다.


사실 공통사항으로 비슷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 방법들이 학문적으로도 보편화되고, 인정받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학과 심리학이 그러하다.


경영학의 구루(Guru) 폐욜은 경영의 5요소를 <계획, 조직, 지휘, 조정, 통제> 5가지로 분류했는데, 이를 기업이 아닌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목표의 설정→지속적인 노력→달성>의 순서로 구체화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표는 가급적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목표의 수량화), 최소 2년 이상 꾸준히 시도할 것, 꿈을 종이에 적을 것> 등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행동을 이끈다. 다만, 무조건 적이고, 근거 없는 낙관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가급적, 실현 가능성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에도 3년이 걸리고, 대학 졸업에도 4년이 걸리는데, 단기간 내에 아무런 노력 없이 꿈이 실현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소한, 꿈을 종이에 적거나 그림으로 그려두고, 계속 보게 된다면, 우리는 그 꿈을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은 진화해,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해 실천하게 된다. 꿈이 실현되기까지 어느 정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필수다.




저자는 2년간 반신반의하며, 자기 계발서를 소설 읽듯이 읽기만 했다. 어려운 전문 서적을 읽고, 논문을 쓰는 작업이 힘들 때마다 머리를 식히는 개념으로 편하게 말이다. 처음엔, 본인도 <자기 계발서>를 수준 낮은 책으로 폄하하고, 그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다.


물론, 자기 계발서가 고전이나 명저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로, 스테디셀러로 다른 장르의 책들보다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자기 계발서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인생의 큰 변화를 겪거나 성공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도 매우 많다.


자연과학 분야는 1%의 오류가 발생해도 그 가설은 거짓으로 판명 나지만, 사회과학 분야는 70%만 맞아도 일반적으로 수용된다. 성공확률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긍정적인 마음을 토대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 보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그 성공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하는 자기 계발서는 존재의의가 있다.


저자는, <벤츠 사기>라는 꿈을, 종이에 적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사진(그림)으로 이미지화해서 조금 더 선명하게 꿈을 구체화했다. <타워팰리스에 살기>라는 꿈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고 나면, 꿈을 종이에 그리는 것은 완성이 아니라 이야기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그 시작은, 실물 보고, 가격 알아보기다. 그다음은, 벤츠 구입에 가장 필요한 자금 마련하기다.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때부터 여러 가지 시도들이 구체적으로 시작된다. 논문과 칼럼 기고해서 원고료 및 사례비 받기, 주식투자, 파생상품 투자, 부동산경매 공부 등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월급이 오르고, 보너스가 생기는 것은 덤이다. 자기 자금을 바탕으로 해야 하니, 투자 공부는 필수다.


무기력한 일상에 아드레날린이 계속 분비되고, 바빠진다. 꿈의 실현 여부와는 별도로, 공부로 인한 지식 체득도 새로운 소득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행착오도 있었겠지만, 그는 실제로 돈을 마련했다. 막상, 실제로 벤츠를 사려고 하니, 기회비용 생각이 나서, 망설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선물이자, 새로운 동기부여를 위해 벤츠를 사고야! 만다. 사십 대 이후 새로운 꿈을 이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2023년, 얼마 전 우연히 저자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그는, 지난 2021년 투자 성공으로 수십억 원을 벌어, 대학 교수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퇴직(Fire)했다. 오래전부터 공표하게 다니던, <경제적 자유>를 실제로 이룬 것이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가 그간 직업인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다. 학회지에 수많은 논문을 게재했다. 그와 동시에,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일반독자들에게도 꿈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도서를 출간했다.


경영학은 쉽다(2018), 나는 카지노에서 투자를 배웠다(2019), 규제의 역설 (2020), 말하지 않는 세계사(2021), 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 (2021), 부를 부르는 50억 독서법 (2022), 부자들의 지식 창고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2023).


관심 분야도 참 다양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꾸준함이다. 최근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니, 7~8년간 주식과 코인 투자 공부를 꾸준히 했고, 역시나 공부 전문가답게 큰 수익을 본 듯하다.


당장, 비트코인으로, 이더리움으로, 또는, 가치주나 성장주에 대한 주식투자로 그와 같은 경제적 수익은 보지 못할지언정, 꿈을 이루기 위한 계속된 시행착오와 실천의 자세는 본받을만하다. 잘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로 치부하기보단, 그 시작점을 지켜본 사람으로, 그의 행보에 박수 쳐 주고 싶다.


그의 시작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았다. 사십 대 초반의 나이, 요즘 같은 때 <벤츠> 한 대 정도는, 사실 꿈이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중요한 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쌓고 또 쌓는 일이다. 꼭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게 아니어도 좋다. 남들이 뭐라든 간에,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의 목록을 작성해 보자. 아무래도 나를 포함한 브런치 작가들에겐, 책 출간하기가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


고백하건대, 나 같은 범인은, 욕망을 마음속에서 지우는 방법보다는, 욕망을 충족시켜 그 욕망에서 벗어나는 방법(Tantra)이 제격인 듯하다. 그의 각성이 시작된 것도 마흔 이후였다. 사십 대, 역시 무엇이든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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