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끝 무렵, 이맘때 남자 동기들은 대부분 군대를 가거나 그 외는 어학연수 또는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3학년 되면 그동안 미친듯이 놀고 마셔대느라 제대로 말아먹은 학점 다시 회복하고 빡세게 취업준비를 해야하니, 해외에서 살며 공부해보는 건 지금 밖에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학교를 휴학하고 어학연수 준비를 한다.
그땐 몰랐다..
6개월의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캐나다에서 직장 잡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며 완전 눌러 앉게 될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결정이었다.
한 학기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정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나라와 도시를 물색해야 했다.
영어가 목적이다 보니, 미국, 캐나다, 호주를 놓고 고민을 하다, 호주는 영어 억양과 발음이 다르다고 해서 제외시키고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당시 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나다로 결정했다.
당시 무지한 나에게 캐나다란 “오지게 추운 나라”, 무슨 알래스카, 북극과 같은 그런 이미지 였어서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환율의 차이가 주는 이점이 컸다..
‘그래.. 나 어차피 영어 공부만 할거니까.. 추워서 어딜 나다니기 어려우니 노는 유혹은 덜 할거야..‘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 하필 고른 도시가 캐나다에서도 겨울이 길고 추운 편에 속하는 소도시였다..ㅎㅎ
소도시라 인구수도 적고, 고층 빌딩 뭐 이런거는 다운타운에 쪼오금 있지만 그 외에는 2-3층 짜리 빌딩이나 주택 등이 대부분인 그런 곳 이었다. 놀고 싶은 욕구, 쇼핑의 욕구를 싸악 없애준 캐나다에서의 첫 도시..
그때는 나름 영어공부에 대한 의지가 활활 타올라, 한국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가겠다! 해서 대도시들은 다 제외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캐나다 첫 입국 후 몇년간 그 정적인 도시에 살며 지루함에 몸부림을 쳤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학연수로 1년 정도 지내기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와 캐나다 문화에 제대로 노출시켜준 환경이었다.
그래도 대학은 벤쿠버나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서 다니는게 더 좋겠지만, 토론토대학이나 UBC에 들어갈 실력은 없었기에 뭐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라와 도시, 어학교가 정해진 후 이제 비자를 신청하고 예약을 해야하는데 영어가 안되니 한국 유학원에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을 받았다.
캐나다 비자 신청 및 어학교와 홈스테이 예약, 항공권 예약까지 다 도와줘서 수월하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민 가방 2개를 꽉꽉 채우고, 뒤에는 돌덩이 같은 백팩을 들쳐메고, 곧 6개월 뒤에 뵙겠다고 부모님께 가볍게 인사 드리고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어학연수 6개월은 영어를 배우기에 너무 짧다해서 1년으로 바꿨고, 그쪽 대학 생활에 관심이 생겨 결국 대학편입을 하게 되며, 나의 영구 귀국계획은 계속 미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