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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킴 Jul 29. 2024

나의 첫 일본 룸메이트

나의 첫 외국인 룸메이트는 일본인 이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살게 된 홈스테이, 그리고 그 곳엔 나보다 하루 일찍 온 일본인 여자 룸메이트 A와 대학생이었던 중국인 남자 룸메이트 P가 살고 있었다.


영어가 네이티브 뺨 치던 중국인 룸메이트 P는 이곳에 산지 이미 몇년 되서 주변에 친구들도 바글바글, 대학공부하느라 바빠서 평소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나처럼 갓 캐나다에 왔고 영어가 편하지 않고, ESL 수업도 같이 들을 예정인 일본인 룸메이트 A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A와 처음 얘기를 나눌 때, 서로 영어가 서투르다보니 각자 영어전자사전(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을 들고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다양한 얘기를 더듬더듬 나눴지만, 하나 기억나는 건 그 친구가 김연아를 좋아한다는 얘기였다. 당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떠오르고 있었던 것 같다. “김연아”라는 이름을 이 일본 룸메이트에게 처음 듣고, 나중에 노트북으로 그녀에 대해 검색하고 대회 영상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인기 폭발이었던 일본 학생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소도시엔 일본 학생들이 꽤 있었다.

동양인 중에는 어딜 가나 보이는 중국인들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은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들이 제일 적었던 것 같다.


알고보니 이곳 대학과 일본의 한 대학이 매년 서로 교환학생들을 보내며 교류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SL에는 이 일본 대학에서 온 일본인 학생들이 꽤 있었지만, 내 일본 룸메이트 A는 타학교에서 개인으로 혼자 어학연수를 온 경우라 나와 단짝처럼 함께 다녔다.

서로 영어를 배우겠다는 목표가 같았고, 사는 곳도 학교도, 심지어 같은 반 이었기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어딜 가나 항상 함께였던 룸메 A를 통해 느낀건 확실히 중국 사람들보다 일본 사람들과 뭔가 티키타카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6-70프로가 중국인이었는데, 뭔가 한국식 농담을 해도 중국 친구들은 웃음 포인트를 모르던가 이해를 전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룸메A 포함 일본 친구들은 대부분 척 하면 척, 이해하고 깔깔 웃어 주었다.

당시 내 영어가 많이 부족해 손짓 발짓, 한국식 의성어까지 섞어 쓰며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경우는 신기하게 일본인이 대부분 이었다.

그러다보니 ESL 내에서 자연스레 일본 친구들과 가까워졌다.



일본 친구들은 대부분 리액션이 너무 좋았다. 그들의 일본식 영어 악센트와 더불어 사랑스런 손짓 발짓이 마치 일본 만화 캐릭터의 행동이랑 비슷해서 정말 남녀 가리지 않고 귀여웠다.

별거 아닌 말에도 깔깔 웃어주고 귀여운 리액션 폭발하는 만화 캐릭터 같은 그들은, 여자가 봐도 귀여운데 남자가 볼 땐 어떠했겠는가ㅋㅋ

ESL 내에서 일본 여학생들은 중국, 한국, 그 외 타국을 가리지 않고 인기 폭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ㅎㅎ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


캐나다에서의 첫 6개월을, 룸메 A와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종일 함께 보냈다.

그러다보니 일본인에 대한 캐나다인의 호의적인 시선과 관심을 바로 옆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은 지금과는 다르게 외국에서 국제적인 인지도가 작았다.

두 명의 동양인 여학생들이 어리버리 영어하며 돌아다니다보니, 캐나다인들로부터 “where are you from?" 질문을 많이 들어왔다.


“I'm from Korea" 하면 North인지 South인지 되물어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당시엔 오히려 북한의 인지도기 남한보다 컸던 것 같다. (안좋은 쪽으로;;)


룸메 A의 “I'm from Japan"의 대답엔 대부분 캐나다인들의 눈빛이 호감으로 바뀌며 ”oh yeahhh??!" 반색을 한다. 그러면서 관심어린 질문을 계속 던지고 “나는 일본을 좋아한다”, “일본에 여행 간 적이 있다”, “언제언제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둥의 이야기 꽃이 피게 된다.


그럼 나는 옆에서 어색하게 서서 일본에 관한 둘의 대화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계속 생기다보니 일본의 국제적인 위상이 부러웠고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영화와 드라마, 음악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어서, 중국 친구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외의 타국인들에겐 남한인지 북한인지가 궁금한 나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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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본이 부러웠던 것.

일본인들은 먼저 자국에 대해 알리려 한다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먼저 “나 일본 문화가 좋아!” “일본 ㅁㅁ에 가봤어!” “일본 만화 ㅁㅁ를 좋아해” “일본어 배우고 싶어!” 등등의 러브콜이 날아온다.


그에 비해 한국은 “너 한국음식 ㅁㅁ 알아? ㅁㅁ 먹업봐 맛있어!”, “한국 드라마ㅁㅁ /가수ㅁㅁ 아니?”, “한국에 와 본적 있어? ㅁㅁ가 좋아. 여행오면 꼭 가봐” 등등 한국 좀 봐달라고, 스스로 자기 PR을 해야 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나는 룸메 A 및 일본친구들에게 일본에 대한 단순 호기심 어린 정보성 이야기 말고는 일본 찬양류의 대화는 물론, 한국에 대한 자기 PR 또한 하지 않았다. 나의 중고등시절은 수많은 일본만화와 일본어 독학까지 하며 한때는 일본을 많이 좋아했음에도 말이다. 점점 크고 철 들면서 알게 된 일본의 역사적 만행과 현재진행형 중인 뻔뻔함, 그리고 그런 일본으로부터 지키고 일궈온 선조들에 감사함과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마음 한켠에 한국인의 자존심 때문에 질투어린 마음도 있었지만, 일본인 룸메 A와는 함께 이방인으로 캐나다 문화를 접하고 언어를 배우며 친하게 지냈다. 개인 대 개인, 인간적으로 참 좋은 친구였고 캐나다 첫 1년 동안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간 고마운 친구였다.


그 친구는 1년 연수를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갔고, 나는 캐나다 대학으로 편입해서 계속 캐나다에서 살게 됐다. 그 후로도 몇년간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다가 서서히 끊기게 됐다.



+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금 캐나다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캐나다 음반 코너에는 Kpop이 자리잡고 있고,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에서 한국 영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에 회사에서 할로윈 주간동안 상영한 영화 중 하나가 한국의 “부산행”이었다.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ㅎㅎ


그리고 예전에 느꼈던 일본에 관한 호의적인 관심을 이제 한국인으로써 느끼고 있다. 웨얼 아유 프롬의 질문에 한국이라고 하면 보이는 외국인들의 호감어린 눈빛과 관심 어린 질문들!! 굳이 자기 PR을 하지 않아도 먼저 한국을 알고 좋아한다.

이렇게 국격과 위상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한국이 자랑스럽고 나도 한국인으로써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야 겠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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