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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 Kim Jun 13. 2022

네가 떠난 지 여섯 달

배경 음악처럼 켜져 있는 H

게임을 하지 않는 나지만, GTA가 가끔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H의 집 거실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켜고 일인용 의자를 TV 앞으로 옮겨와 앉은 채 GTA를 켜고 싶다.

간식으로는 피자 한 조각이 좋겠어. 큰 컵에 제로 콜라와 얼음을 반쯤 채워놓고.

총 쏘고 미션을 수행하는 부분은 H에게 맡기고 나는 길거리에 있는 예쁜 차를 털어다가 마음 가는 대로 운전해야지.

시내에 접어들면 내 최애 binco에서 우스꽝스러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시네마도 한번 들어갔다 나오자.

건물 위로 올라가 스카이다이빙도 해봐야 해.

착지는 생각보다 어려워서 열 번은 넘게 시도해야 한단 말이지.

혼자서 GTA로 놀고 있는 내가 웃기다는 H가 보고 싶어져.

어떻게 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나는 무작정 그 장면을 머리에서 몇 번이고 돌린다.

어제는 솜이와 함께 하루 종일 본가 집을 지켰다.

솜이를 옆에 두고 거실 소파에서 낮잠을 자다가 반쯤 깨었을 때,

마치 H의 무릎을 베고 손깍지를 한채 잠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품이라 난 눈을 감은 채 깍지 낀 손을 끌어다 뽀뽀하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H도 나와 함께 있었겠지. 오랜만에 찾아와 줘서, 그리고 함께 있는 시간을 내가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


엄마와 커피를 마시다 요즘은 좀 어떻냐는 질문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앞산을 걸으며 내게 H의 죽음은 마치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 것과 같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절대 일어날 것이라 생각도 안 했고,

상실을 겪으며 모든 것이 불타버렸고,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는 큰 구덩이가 생겨 지형을 죄다 바꿔놨다.

불타버린 앞산은 겨우내 황량했지만 봄을 지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풀과 작은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대머리였던 민둥산 꼭대기가 이제는 텔레토비 동산처럼 푸르러졌다.

운석이 떨어진 내 땅에도 조금씩 싹이 트고 있겠지.

지금으로썬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라면서 이 자리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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