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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이는 윤슬 Sep 02. 2021

템플스테이 4번 다녀온 여행덕후가 소개하는 사찰별 매력

동해/양양/구례/서울 전국 각지의 사찰을 다녀온 후 추천하는 템플스테이


2020년 2월 첫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부터 벌써 네 곳의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일 년 반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다녀온 것을 생각하면 템플스테이가 어디 가서 "저 템플스테이 좋아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취향이 된 것 같다. 

무교이지만 전국 곳곳의 사찰을 많이 다녔다. 사천왕을 지나면 곧이어 나는 향 냄새, 산에 둘러싸인 풍경, 한옥, 말을 줄이게 되는 분위기가 좋아 국내여행을 다닐 때도 그 지역의 대표 사찰을 일정에 넣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종교라도 생길 것처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사찰의 하루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발을 담근 템플스테이의 세계다.

템플스테이는 총 네 곳을 다녀왔다.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낙산사를 시작으로,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 서울에 있는 화계사, 최근 다녀온 강원도 동해의 삼화사까지. 꽤 이곳저곳 다녀왔는데 큰 틀에서의 하루는 같아도 사찰마다 갖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프로그램 등이 주는 매력이 각양각색이었다. 

그 매력들을 모아두면 템플스테이 사찰을 고르고 있는 예비 입소자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어 소개해본다.




낙산사

낙산사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바다'다. 다른 사찰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바다가 있는 사찰이다. 날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단순히 해수욕장 같은 평범한 바다가 아니다. 울퉁불퉁한 모양새가 웅장한 절벽에 몸을 기꺼이 부딪혀 시원한 소리를 내는 파도가 살고 있는 바다다.

이때 당시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과 템플스테이를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합쳐져 낙산사를 선택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탁월한 결정이었던 것이 파도 소리를 1박 2일 내내 실컷 들을 수 있었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곁으로 갈 수 있었다. 

낙산사는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사찰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20대들에게 유명해 다른 사찰의 템플스테이보다 20대 참가자가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양양 자체가 지역적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이기도 하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사찰이라는 점, 규모가 크고 사찰 자체가 대표 관광지인 점이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당시에는 체험형을 운영하고 있어 체험형으로 다녀왔다(현재는 코로나로 대부분의 사찰이 휴식형만 운영 중이다). 

낙산사는 규모가 큰 만큼 지루할 틈이 없다. 일단 사찰을 다 거닐어 보는 것만 해도 한 시간은 훌쩍 간다. 특히 풍경이 어느 공간에 가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안 절벽, 사찰에서 멀리 보이는 해수욕장, 거대한 해수관음상,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나무들 모두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니 얼마나 진한 잔상을 남기는 풍경들인가. 낙산사의 풍경은 보살님 말씀에 의하면 가을이 절정이라고 한다. 그 말씀을 듣고 낙산사 템플스테이를 한번 더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낙산사에서는 바다 위로 떠 오르는 일출도 볼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템플스테이를 많이 다니고 새벽같이 일어나도 바다 위 일출은 보기 힘들다. 

아, 전국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니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 하나쯤 읊조리고 오는 것도 좋다. 


화엄사

"지금까지 다녀온 템플스테이 중 가장 풍경이 예쁜 사찰은 어디였어요?"

라고 묻는다면 바로 답할 수 있다. 구례에 위치한 화엄사다. 5월에 다녀온 화엄사는 때로는 아기자기함이 때로는 위대함이 보이는 변화무쌍한 사찰이었다. 처음 화엄사에 도착해 템플스테이 사무실을 향해 가는 길부터 이미 화엄사의 모습에 반했다. 알록달록 등이 길을 따라 달려있고 어쩐지 파스텔톤에 가까운 한옥의 단청 색이 맑은 하늘과 겹쳐있는데 그 모든 요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들은 이상에 가까웠다. 색감깡패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찰이다. 

여기에 사찰이 지리산에 둘러싸여 있어 전망대에 올라 사찰을 내려다보면 그 풍경은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긴다. 지리산이 거대한 대한민국의 줄기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대자연을 보고 싶다면 지리산을 와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화엄사 뒤로 등산도 가능하다. 근처 암자까지를 목표로 두고 2시간가량 등산을 하면 땀을 쏙 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다녀오고 오후에 지리산 노고단까지 가느라 저질 체력이 아주 제대로 혼이 났지만. 화엄사에서 콜택시를 불러 지리산 노고단을 갈 수 있는데 노고단을 간다면 암자까지의 등산은 무리하지 말자. 노고단이 생각보다 힘들고 긴 여정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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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사

서울에 위치한 화계사는 다른 곳에 비해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청량리역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도착하는 만큼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 사는 뚜벅이가 템플스테이를 가볍게 다녀오기에 제격이다. 서울 도심에 위치하면 고요한 사찰의 정취가 덜할까- 걱정한다면 전혀다. 북한산이 사찰을 둘러싸고 있고 북한산 둘레길이 바로 옆에 위치해 가벼운 트레킹도 가능하다. 

화계사의 가장 큰 매력은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일출이라니? 운 좋게도 날씨가 도와 사찰에서 이십여분을 등산하면 도착하는 구름전망대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는데 산속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태양은 코 끝이 찡해질 정도로 대단한 풍경이었다. 혹시 화계사 템플스테이를 간다면 조금 피곤하더라도 일출을 꼭 보자. 서울에서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구나- 깨달은 시간이었다.


삼화사

가장 최근에 다녀온 삼화사는 강원도 동해 두타산 자락에 둘러싸인 사찰이다. 두타산 자체가 등산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오전에 가도 단체 등산객 버스와 수많은 차량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등산로가 사찰 곁에 있어 가벼운 등산이 가능하다. 특히 쌍폭포와 용추폭포를 보고 올 수 있는 왕복 세 시간 코스의 등산로가 유명한데 폭포가 기대한 것보다도 훨씬 웅장해서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사찰에서 약간의 등산으로 두 폭포를 보고 올 수 있다는 점은 삼화사 템플스테이의 주요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분명하다. 살짝 땀이 나더라도 충분히 보고 올 가치가 있다.

삼화사가 가장 빛을 발하는 때는 관광객이 모두 빠지는 일몰 시점부터다. 고요함의 절정에 달하는 삼화사에는 풀벌레 소리 외에는 들리는 소리가 없는데 그때부터 두타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산속에 혼자 있는 것 같달까. 해가 진 뒤에는 칠흑같이 어두워 살짝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경험이다. 여기에 수많은 별과 옅게나마 보이는 은하수는 무서운 밤에 유일하게 곁에 있는 인형 같은 존재다.

삼화사에 입소한 날, 비가 와서 아쉬워하며 사찰을 향했는데 결과적으로 비가 와서 더 멋있었던 삼화사의 풍경이다. 구름이 두타산 사이사이를 오르는 모습이 등산객만이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화사에 간다면 비가 온다고 섭섭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맑은 날에는 등산을 하지 않는 자욱한 구름 떼를 볼 수 있으니. 

삼화사의 매력 포인트는 이처럼 자연에 치중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하며 휴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삼화사와 찰떡일 것이다.




템플스테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이렇게 매력을 모았지만 사실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매력이다. 혹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고민한다면 행동으로 옮기라고 하고 싶다. 한 번만 더 가면 한 손가락을 다 채우는 나조차 이쯤 되면 심드렁한 사찰이 나올 법도 한데, 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과 감정이 드니 후회할 일은 전혀 없다.

템플스테이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궁금해하는 분들은 아래 큐앤에이 영상을 따로 만들었으니 참고하면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템플스테이의 모든 것! 준비 Tip까지 다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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