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크리스마스에는 낭만이 있다고 믿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상상해본 상황이거나 버킷리스트의 한 줄일 거다. 유럽 크리스마스 중 세계여행자들이 가장 엄지를 치켜 올리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여행지는 동유럽 국가들이다. 가장 성대하고 화려하다고 알려져 있어 3대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모두 동유럽 국가의 마켓을 꼽는 콘텐츠도 흔하다.
그중 체코 프라하는 관광지도 많고 건축물과 강의 조화가 우아해 많은 여행자들이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목적으로 많이 찾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즐기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세의 역사와 음악과 같은 예술이 살아있는 체코에서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볼 수 있는 프라하 여행지, 크리스마스 마켓
2025년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29일(토)부터 2026년 1월 6일(화)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프라하 곳곳에 작고 큰 마켓들이 열리는데, 대표적인 마켓은 구시가지 광장(Old Town Square, Staroměstské náměstí)과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 Václavské náměstí)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규모 또한 가장 크다.
구시가지 광장(Old Town Square, Staroměstské náměstí)
포털사이트에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려한 광장의 마켓이 바로 이곳이다. 체코 안에서도 연중 축제 중 가장 큰 축제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이 화려한 야경이 돋보인다. 특히 트리는 매년 프라하 시 당국에서 ‘20m이상의 건강하고 고르게 자란 노르웨이 전나무’를 뽑는 공모전까지 열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선정된다. 지원을 받은 여러 지역의 대형 전나무 중 심사를 통해 최종 나무를 결정한다고. 트리를 두르는 조명 등의 장식은 축제위원회에서 테마를 정해 체코 국가색과 전통 문양 등을 담은 디자인으로 장식한다.
광장 가까이에 있는 천문시계탑은 구시가지 광장 마켓 전경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전망대 위에 올라갈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탑에 오르면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비현실적인 낭만의 전경이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마을이 여기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무료 입장이지만 마켓 안에서 지갑을 잠그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굴뚝빵이라고 불리는 ‘트르들로(Trdelnik)’와 ‘뱅쇼’ ‘소시지’ ‘핫도그’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고 있다. ‘이래도 안 먹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광장 안에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도 있어 어린이 합창 및 캐롤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마켓 안에서도 즐길 거리가 풍성한 것이 구시가지 광장 마켓의 큰 매력이다.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 Václavské náměstí)
프라하 중앙역 앞으로 길게 늘어진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 바츨라프 광장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구시가지 광장과 마찬가지로 목재로 만든 빨간 흰색 지붕의 부스들이 가득한 마켓 안에는 뜨르들로, 체코식 감자 샐러드, 튀긴 납작한 빵 위에 토마토 소스 치즈 등을 얹어 먹는 체코식 피자빵인 랑고쉬 등 다양한 체코 음식들이 가득하다. 하나 하나 맛보면서 체코의 크리스마스에 점점 더 깊이 스며든다.
바츨라프 광장 일대에는 쇼핑할만한 브랜드 매장과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도 많아 낮에도 여행하기 좋다.
<2025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 일정 및 장소>
- 메인 행사: 2025년 11월 29일(토) ~ 2026년 1월 6일(화)
- 장소: 구시가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 바츨라프 광장(Václavské náměstí)
- 시간: 대부분 오전 10시 ~ 오후 10시(일요일은 오후 8시까지), 12월 24일(크리스마스이브)에는 단축 운영
500년 이상의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와 전통 음식, 우 플레쿠(Restaurace a pivovar U Fleků)
체코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 물보다 맥주가 더 저렴한 체코는 맥주 마니아들에게 놀이공원에 버금가는 꿈의 나라다. 체코는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는 뜻을 지닌 ‘삐보(Pivo)’라고 부를 정도. 그 만큼 체코 전역에 수많은 전통 양조장이 있고 양조장 중에는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도 흔히 있다. 프라하에도 약 500년 이상 맥주를 생산해온 양조장 겸 식당이 있다. 바로 ‘우 플레쿠’. 식당 내부에 들어서면 시간이 느껴지는 나무로 제작된 긴 테이블과 옅은 갈색의 벽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부 공간의 천장은 15세기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진짜 맛집이기에 영업 시간 내내 손님이 많다.
우 플레쿠에서 추천하는 안주는 체코 전통 요리 중 하나인 ‘스비치코바(Svíčková na smetaně). 스비치코바는 크림 소스를 곁들여 먹는 소고기 안심 요리다. 넙적한 안심 고기를 부드럽게 삶은 뒤에 야채와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크림 소스를 부은 음식이다. 고기와 함께 말랑한 체코식 빵인 크네들리키(knedlíky)와 크랜베리 잼이 함께 나와 든든하면서도 상큼함과 고기의 밸런스가 좋다.
<우 플레쿠Restaurace a pivovar U Fleků>
-주소: Křemencova 11, 110 00 Nové Město, 체코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11시
-홈페이지: https://ufleku.cz/
열심히 먹은 자, 카를교(Karlův most)를 걸어라
체코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을 모두 먹는 것과 동시에 카를교를 걷는 시간도 챙기자. 1402년에 완공된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는 프라하의 대표 풍경을 담당하고 있다. 블타바 강 위에서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리는 주변의 우아한 건축물들의 외관와 어우러져 프라하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체감하게 한다.
카를교는 차량 통행이 제한되어 산책하듯이 걷기 좋다. 사람이 없는 때의 풍경이 하이라이트라 가능하다면 새벽같이 나와서 이른 아침에도 걸어보자.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뿌듯한 마음이 드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카를교(Karlův most)>
-주소: Karlův most, 110 00 Praha 1, 체코
프라하 성 안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프라하답게 랜드마크 격인 ‘프라하 성(Pražský hrad)’ 앞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프라하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으며, 지금도 체코 대통령의 공식 거주지이자 집무실로 쓰이고 있다. 매일 정오에 진행되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는 것도 큰 볼거리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마켓까지 더해져 더욱더 풍성한 즐길거리가 생긴다.
앞서 소개한 구시가지 광장과 바츠라프 광장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규모이지만 부스에서 파는 음식은 여전히 다양하다. 프라하성 일대는 프라하 여행 필수 코스에 해당되는 만큼 여행하는 김에 함께 즐기면 여행에 특별함을 더할 수 있다.
* 본 글은 SWITE 매거진 12월호에 기고한 글을 옮긴 내용입니다.
* 글을 사랑하는 사람의 인스타그램 팔로우하기
https://www.instagram.com/inwriting_yoons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