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예 Dec 10. 2018

나의 이름이 붙은 색

03 니스, 니스 현대 미술관 MAMAC

# 니스 현대 미술관 Musee d'Art Moderne et d'Art Contemporain / MAMAC


미술관을 다니다보면 샤갈이라든가 피카소라든가,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보자면 렘브란트라든가 하는 사람들의 작품은 의외로 접할 기회가 많지만 나와 동시대, 혹은 아주 약간 앞선 시대의 작품들을 만날 기회는 도리어 더 적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역사도 오래 전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자료가 남아있는 근현대사를 잘 알기가 더 어려운 걸 보면 아마도 아직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이 완성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애당초 평가라는게 객관적일 수 있는지 자체가 의문이긴 하다.


하여간에 늘 익숙하고 뻔한, 그렇고 그런 미술관을 가는 건 좀 심심한 일이기도 하고 6~70년대의 현대 미술 작품을 만날 기회는 생각보다 더 잘 없기 때문에 MAMAC엔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MAMAC에는 프랑스 현대 미술계에서 거장이라 꼽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있다. 현대 미술은 늘상 '이런 건 나도 그리겠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고, 거기엔 '당신이 지금 와서 모작을 그릴 순 있어도 그걸 최초에 구상할 순 없었다' 라든가 '결과물 자체보다는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작가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다'는 뻔한 답이 딸려오게 된다. 그렇지만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피에르 브라소'라는 신진 화가의 추상화가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알고 보니 피에르 브라소는 사람이 아니라 침팬지였다든가, '당신이 일단 유명해지면 그 이후엔 당신이 뭘 하든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는 워홀의 얘기등 '결국은 다 말장난이잖아!' 하는 일들은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MAMAC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도 현대 미술이라는 부문의 특성상 이해하기에 난해한 것들이 많아서 골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다른 현대 미술관들에 비해 충실하게 되어있는 편이다.


그 중 니스 태생인 이브 클라인의 이야기가 들어봄 직하다. 어릴 적부터 니스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며 자란 그는 훗날 IKB(International Klein Blue)라는 이름의 짙은 울트라 블루 색상을 개발하였는데 이 색은 마른 상태이건 젖은 상태이건, 어디에 칠하건 같은 색으로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별이 발견되었을 때 최초로 그 별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의 이름이 붙은 색상이라니, 미술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았을 일을 이브 클라인은 정말로 해낸 것이다. 이후 그는 캔버스 가득 IKB 물감을 칠해 오로지 ‘색’만으로 한 장의 그림을 완성시키기도 하고 여성의 나체에 직접 IKB 물감을 바른 후 캔버스 위에서 구르게 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고도 하는데 그 모습 역시 MAMAC에서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관객에게 총을 주고 물감 주머니를 쏘게 해 무작위적인 추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고대의 뚱뚱한 비너스를 닮은 과장된 조각상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한 작품들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는 니키 드 생팔, 온갖 쓰레기들을 모아다가 마치 ‘재활용품을 활용한 만들기 숙제’ 같은 작품을 구성한 정크 아트의 대표 주자 장 팅글리 등의 작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팝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도 간간히 있다. 생소한 작품들 사이에서 지쳐갈 때 즈음, 그나마 눈에 익은 앤디 워홀의 작품이 슬그머니 보이면 어찌나 반가운지! 달려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을 지경이다.



이런 저런 변명을 붙여봐도 여전히 이런 작품들이 충격과 공포라면 옥상으로 가자. 옥상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멋진 뷰를 보여준다. 그것도 기대 이상으로!




이전 02화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