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실행력
생각나면, 일단 실행했다. 나는 별로 망설이는 법이 없었다. 내게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는 실행력은 30년 전, 10대인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중학생 때 우리 학교로 가는 길에는 많은 학교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공고, 여고, 여중, 남중 등 다양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빽빽하게 채웠다.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면 가장 먼저 공고를 지나갔다.
당시 유명한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원빈을 닮은 공고 학생이 있었다. 힙합 바지에 옆으로 긴 가방을 메고, 이어폰을 꽂고 다니던 오빠였다. 너무나 잘생긴 외모 때문에 그 사람만 타면 버스 안의 모든 여학생들의 눈이 그를 향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겨울, 나는 원빈을 닮은 오빠와 친해지고 싶었다. 어느 날 결심을 하고 내 삐삐 번호를 종이에 적어 두 번 접어들고 버스를 탔다. 그날도 이 오빠는 옆으로 메는 엉덩이를 덮는 가방을 멘 채 음악을 듣고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다행히 가방은 찍찍이 형태로 위에서 아래로 덮어 내리는 형태였다. 나는 가방 덮개 아래로 손을 쑥 넣어서 가방 안에 내 삐삐 번호가 적힌 종이를 가방 안에 투척했다.
‘과연 내게 연락이 올까? 그 종이를 언제쯤 발견할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