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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숙 Jul 26. 2017

상상과 유대의 공간 '식탁 테이블'

늘 머무는 공간, 늘 사용하는 물건이 일상을 지배한다.



식탁은 집에서 제법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탁으로만 사용된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이건 가족이건 집에서 제대로 밥을 먹거나 함께 먹는 횟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쓸쓸한 느낌의 덩치만 큰 천덕꾸러기가 되어있는 건 아닐까.




식탁을 집의 메인테이블로써 역할을 확장하여 상상과 소통의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구성원들이 여럿인 집에서 함께하는 공간이 부재한 경우에는 더욱더 그 필요와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같은 집에 있어도 공동의 공간이 제 기능을 못하면 연결되지 않는 개인의 공간들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만 공유할 뿐 서로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의미다.


식탁 테이블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방에서 나와 자연스레 둘러앉음으로써 시간을 공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일을 하더라도, 대화가 풍부하지 않아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둘러앉아 있기만 해도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혼자에게 식탁 테이블은 그 크기만큼의 생각을 펼쳐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들을 마음껏 펼쳐 놓는다.


읽고 쓰고 보고 듣는 수동적인 활동부터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상의 생산까지 가능한 공간이 된다.

물건이 있어야 할 제자리 같은 귀찮은 룰은 무시하고 노트북과 책, 메모지, 커피잔, 음식 접시, 맥주병, 테이블 조명, 향초, 작은 화분 같은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올려놓을 수 있다.

언뜻 무질서하게 보일 수 있으나 테이블 위는 나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들의 집합소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장 진한 향기를 내는 오롯이 나의 공간인 것이다.


여럿이 함께하는 식탁 테이블은 서로의 시간이 하나의 시간으로 얽히고설키는 공간이 된다.


소파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구조라면 식탁 테이블은 서로를 바라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각자의 소소한 할 거리를 가지고 둘러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내거나

커피와 차, 코코아를 각자의 컵에 담아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먹을 음식을 같이 준비하고 요리할 수도 있으며,

어느 날엔 지인들을 초대해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여럿이 둘러앉은 테이블에는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 속에 있다는 유대감이 형성될 것이다.

스치듯 마주치는 눈길, 언뜻언뜻 시선이 가는 사소한 몸짓들, 달그락 거리는 소음과 다른 사람의 희미한 체취, 미세한 표정을 읽으며 서로의 존재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탁 테이블의 크기는 평범한 높이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들릴만큼 가깝게 앉을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숨결과 체온이 너무 진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으면 좋을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이 보일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며 불편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개인 공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늘 머무는 공간, 늘 사용하는 물건이 일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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