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타인의 고통. 흐린 눈으로 외면하려고 고개 돌리면 집안 곳곳에서 유령처럼 마주치는 자신의 오랜 고통.
혼자 거대한 힘에 저항하면서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을 보면 다같이 동시에 뜨악하는 기색을 보이며 침묵하는 폐쇄적 커뮤니티의 연대 같은 거, 이런 군중 속의 한 명이 나일 때가 늘 압도적으로 많겠지.
성에 낀 창문 너머로 어슴프레 보이는 행복, 직소퍼즐. 내 행복은 바라만 보다가 아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인 에나멜 네이비 구두를 손에 들고 이발소에서 말끔하게 머리를 자른 뒤 집으로 돌아가면 그저 완벽한 침묵의 엔딩이었다. 흐린눈 하는 비겁함 위에 불편한 행복을 쌓아 올릴 용기가 없는 건, 어머니를 사랑했던 네드의 눈빛과 말 없이 옆에 와 앉아주며 건네던 따뜻한 티컵을 기억해서이려나. 슬픔 아는 눈빛이 누군가를 슬픔에서 구한다. 미소와 내민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