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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진 Jan 31. 2017

'밥은 먹고 다니냐?'가 애드립이 될 수 없는 이유

<살인의 추억>의 숨겨진 이야기




법인으로 의심되는 남자의 정액 지문 분석 결과. 안타깝게도 '불일치' 였다. 그 사실을 알고, 경찰(송강호)은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남자(박해일)의 얼굴을 부여잡고 말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


그래 이것은 <살인의 추억의>의 대사이자, 한국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 될 대사로 꼽히며 명품배우 송강호의 애드리브였었다. 또한 영화 이후 관객과의 GV를 통해서 송강호는 '동정심'이 아닌 '그런짓을 저질러 놓고도 밥은 잘 먹고 다니냐?'라는 의도로 생각해낸 대사라고 하였다. 그렇다, 나는 <살인의 추억>의 가장 명대사이였고, 그것이 애드리브였기에 더 빛난던 '그 대사'를 애드립이 될 수 없다고 당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첫 번째 단서>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이후  밥먹는 장면이 등장 한다




그저 애드리브였다고 하기에는 다음 장면과의 연관성이 너무나 짙다. 더구나 '밥은 잘먹고 다니냐?'라는 문장이 범행을 저질러 놓고도 밥을 잘먹고다니냐?의 의미였다면, 이 문장은  '범인을 향하는 말'이라는 전제를 동반하게 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다음 장면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은 송강호 '자기 자신'다. 그렇다 나는 범인이 송강호 였다는 가설의 첫 단추 또한 같이 꿰매려고 한다. 두 번째 단추를 꿰기 전에 밥을 먹으며 아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여다 보자



송강호: 너 어제 밤새 컴퓨터 게임 했지?


아들: (고개를 젓는다)


송강호: 아빠 얼굴 똑바로봐, 눈이 뻘겋네 게임 잘하냐?



우리는 아들과의 대화에서 <'눈이 빨갛다' = '거짓말을 하고 있다'> 는 등식을 쉽게 도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과 또 한번 연결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송강호의 눈은 분명히 빨갛다>


사건 발생 17년정도 지난 뒤 송강호는 사건현장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말한다. 

얼마전에 어떤 아저씨도 자기가 한 일이 생각 나서 찾아왔다고 말이다. 

송강호는 묻는다/그 아저씨 어떻게 생겼어? 

소녀는 대답한다/그냥 평범하게 생겼어요. 

이것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이며, 그 순간 송강호는 정면(관객)으로 고개를 응시한다. 마치 범인이 누군지 생각나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송강호의 눈은 분명히 빨갛다.


앞의 대사를 생각해보면 , 송강호는 눈이 빨갛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자신이 이제는 자신 스스로 빨간 눈을 영화의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내 눈이 빨간거 보여? 난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어'


그렇다면 그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은 아들의 눈은 분명 빨갛지만 게임을 했던 것은 '지난 밤'의 일이니 알수 없는 일이었다(아들은 고개를 내저은 뒤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한번 더 분명하게 말했다). 그래서 송강호 자신의 눈이 빨간 것은 자연스레 '자신의 지난 밤'의 일과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지난 밤'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연쇄 살인일 것이다. 또한 정면을 응시하는 송강호는 '평범한 얼굴(소녀가 말한 일주인 전 어떤 아저씨의 인상착의)이란 자신 같은 얼굴(그것은 곧 몽타주)'이라는 것을 같이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박해일)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라고 질문을 던진 뒤, 자기 자신이 밥먹는 장면이 나오는 것, 역시. '그래, 사실 나는 그런짓을 저질러 놓고도 밥을 잘 먹고 있다'라는 장면의 의미로 쉽게 연결될 수 있다.



방아깨비를 잡는 소년, 그리고 송강호
그리고 왜 방아깨비를 잡았을까?


이 장면에 대한 말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첫 장면, 한 소년은 '풀 숲에 숨어'서 방아깨비를 잡고 있으며, 송강호(경찰)이 오자 그간 잡은 유리병을 숨긴다.

그리고 송강호가 발견한 첫 번째 희생자 다리에 여치가 붙어있다. 아이는 송강호와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으며, 송강호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따라한다.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더라도


'방아깨비=희생자'

'방아깨비를 (연쇄적으로)잡는 소년=연쇄살인범'

'소년=송강호'


이 세가지 등식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연쇄살인마=소년=송강호>


(여자 시체다리 위에 있던것은 메뚜기 였으나, 처음 풀숲에서 잡은 것은 방아깨비이다. 왜 방아깨비였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아내와 성관계 자세(방아)를 빗댄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송강호'가 범인이었다는 영화 속 얘기가 아닌,

이 시대에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지른 것은 '경찰'이었다는 영화 밖(시대)의 이야기이다.>


이 엄청난 연쇄살인 사건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죽음(정치적,시대적 죽음)이 있었는가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봉준호가 해낸 것은 최고의 영화를 만들면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시대의 정신을 영화의 앞과 뒤에 개괄적으로 풀어놓았다는 것이다.



(+ 물론 봉감독은 영화 중간 장면들 속에도 경찰의 행실을 저격하는 이미지들을 수없이 늘어놓았다.)


<너는 자수 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영화에서 다리(사지)가 잘려나가는 사람은 '시민을 폭행한 용구(경찰)이다. 그리고 이 폭행의 발단 바로 부천 서부경찰서 집단 강간 사건'을 뉴스로 보던 시민이 경찰 욕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사건을 간단히 설명하면, 학생운동을 하던 여대생이 경찰서에 붙잡혀 수십명의 경찰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잘려 나갈 것이다'


사지가 잘려나간 것은 경찰이었으니, '자수하지 않으면'이라는 문장 또한 자연스레 경찰을 향한다.



1. 송강호의 눈이 빨갛다(거짓말을 하고 있다)

2. 여치를 잡는 소년은 송강호를 나타낸다

3. 사지가 잘려나간 자는 경찰


아마도 이 3장면이 가장 굵직하게 시대를 고발하는 장면일 것이다. 나의 글을 통해 송강호가 의심된다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다른 수많은 장면들 또한 다르게 보일 것이다. 봉감독은 분명, 송강호에게 부패한 경찰의 이미지를 연기 시키면서 시대의 경찰에 대한 따금한 메세지를 날리려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분명, 이 대사는 송강호의 애드리브로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만약 맞다면, 봉감독은 그 애드립을 듣고 다음 장면을 밥먹는 장면으로 빠르게 바꿧을 것이다. 그리고 '눈이 빨갛구만'이라는 대사를 연결시켰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눈이 빨간 송강호의 시선을 관객과 마주보게 했을 것이다. 그 애드립이, 영화의 엔딩을 바꿔놓았으니, 애드립은 결과적으로 애드립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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