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말띠아이의 말말말
"커뮤니티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니까, 오히려 생각의 확장이나 더 넓게 다른 시선으로 보는게 힘들지 않나?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걸 수도 있잖아."
23년 가을의 어느날, 아이와의 대화 중에.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는 늘 어딘가에 속해 있었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시간이 너무 길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알아가면서 조금씩 커뮤니티를 늘려갔고, 그 안에서 하고픈 것들을 하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렇게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하기싫은것들을 꾸역꾸역 해나가는 삶에서 하고픈 것들을 순간순간 즐기는 삶으로.
관심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며 같은 관심사인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들었고, 반대로 내가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 안에서 살고 있다.
어느날, 아이와의 대화중에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커뮤니티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니까, 오히려 생각의 확장이나 더 넓게 다른 시선으로 보는게 힘들지 않나?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걸 수도 있잖아."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만 생각을 했었다. 내가 모르던 세상도 이 사람들 덕분에 더 깊이 알게 되고 내 생각도 시선도 더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관심갖고 살다보면 주위에 눈을 돌리기가 오히려 어려울수도 있겠구나. 누구와도 말이 잘 통하니 이게 정답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너무 많으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상하단 시선으로 볼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달리 하니 잠깐 섬뜩하기도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로 이야기 한 적은 없었을까? 내가 좋아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멀리한 적은 없었을까? 내 세계에 갇혀서 살고 있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이가 던진 한마디에 생각이 많아졌다. 열린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그 누구보다 편견이 없다고, 다름을 인정하고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한순간, 그 조차도 나의 좁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자라고 성인이 되고 대화를 하니 과거의 내모습도 보인다. 아이가 수시로 깨우쳐준다. 난 이미 잊고 살았던 것들까지 하나하나 꺼내어 이야기 해준다. 그때의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마냥 어리게만 봤는데 다 컸네. 지나고 나니 보이는 것들, 한발짝 물러서니 보이는 것들. 그때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들. 아이의 이야기에 계속 귀기울여야지. 여전히 난, 배울 것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