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방만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kipedia Jun 23. 2015

이방만남_ 안드레아 디 팔마 #2

Ep#1_2 건축학도, 안드레아 디 팔마 - 로마에서 다시 만나다.

Rome, Termini station, photo by Darkroom Daze

아름답디 아름다운 피렌체의 여행을 마칠 때 즈음

페이스북에 올렸던 안드레아와 찍은 사진에 안드레아가 댓글 남겼다. '로마에 오면 이 전화번호로 전화해'

나의 다음 행선지는 로마였고 나는 로마로 갔다. 그리고 로마의 한 공중전화기로 안드레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로마의 공중전화비가 매우 비쌌기 때문에 나는 용건만 간단히 나누고 싶었다.



"hello? Hi. this is Jaewook!"

"ah~ jaewook!.... ah.... uh......."

"안드레아? 안드레아? 내말 잘 안들려?"

"uh........ ah....... wait... wait..."

'안드레아..... 여기 전화비 되게 비싸 뭐라 말좀해봐......'

"uh........ wait........"



 그랬다. 안드레아는 더럽게 영어를 못 했다. 전화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여자친구 키아라가 전화를 바꾸어 받았다. 키아라는 영어를 잘했다. 나보다 더 잘했다. 다행이었다. 우리는 전화로 약속 날짜와 장소를 잡고 전화를 마쳤다. 나는 너무 설렜다. 로마에서 친구와 약속을 잡은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만나는 당일이 되었고 나는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갔다. 생각해보니 테르미니역은 넓은데 정확한 약속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조금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이 되었고 장소를 정확히 잡기 위해 안드레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약속시간은 다 됐는데 안드레아는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실 전화가 안 되고 오늘 못 만난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었다. 왜냐면 이국 땅에서 기차에서 우연히 한 번 본 사람과 연락을 해서 만난다는 사실이 더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전화를 해보기로 하고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도 그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나는 체념했다.


 그때, 뒤에서 누가 나에 어깨를 쳤다. 그리고 나는 뒤돌았고 안드레아와 그의 여자친구 키아라가 서있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 기뻤다.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나를 찾았다니. 자기 자전거를 잊어버려서 그거 찾느라고 늦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늦었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저 그와 만났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뻤다. 우리 셋은 로마 성벽의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소개를 나누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안드레아 집에 도착했고 그는 찾은 자전거를 집에 두고 다시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칵테일 바로 이동했다.


 이탈리아 로마 주민들이 노는 곳에 왔다는 사실은 내게 흥분 그 자체였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나는 술을 무조건 내가 사고 싶었다. 왜냐하면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 어떤 값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술값을 내가 내고서라도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드레아는 손님이 술을 사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자기가 칵테일을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다. 난 가난한 백패커였으니까 더 감사했다. 우리 셋은 자리를 잡고 시킨 칵테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 막바지라 피곤했던지 내 코에서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휴지로 코피를 막았고 목을 젖혔다. 하지만 안드레아의 여자친구 키아라가 목을 젖히지 말고 있으라고 말하며 나를 도와줬다. 그리고 그는 주방으로 가서 얼음을 빌려 내 코에 찜질을 해주기 시작했다.


"간호학 시간에 배운 방법이야. 이렇게 하면 금방 멈출 거야. 걱정하지 마.

너 여행하느라 많이 피곤했나 보다."

"키아라... 안드레아... 고마워. ㅠㅠ"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여행의 어느 날 밤 로마의 성벽 밑 칵테일바에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을 말이다. 이건 기적이었다. 어쩌면 충격이었다. 나는 행운아였다. 누가 이렇게 여행지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여행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었고 또 우리는 서로 나라의 대학생이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안드레아의 친구들이 그 술집을 지나가게 되었고 그들은 안드레아가 왠 동양인과 있는 게 신기했는지 우리 자리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탈리아 말로 뭐라 쒤라쒤라 거렸다. 그때마다 키아라는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통역해 주었다. 그들은 우리와 합석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알고 보니 안드레아의 대학 동기들이었다. 우리는 가게 밖 더 넓은 자리로 옮겨 합석했다.


 안드레아의 친구들은 동양인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는지 나에게 무한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무리는 남자 4에 여자 1명이었는데 남자들은 안드레아를 포함해 영어를 못했고 무리의 여자와 키아라는 영어를 할 줄 알아 그들의 말을 내게 영어로 통역해주기 바빴다. 질문은 대체로 이랬다.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

한반도는 전시 국가인데 위험하지 않은지?

왜 한국은 통일을 안 하는지?

북한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통일을 염원해도 모자랄 판에 그냥 안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한국이란 나라가 북한을 가만히 내버려 두기 때문에 김정은이 날뛰는 거 아닌지?

왜 무력 제제를 하지 않는지?



 이상한 애들이었다. 웬 북한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나에게 수많은 북한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난 순간 외교관이 된 줄 알았다. 세계를 대표해 한국이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 안을 그들에게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고 밤은 깊어갔다. 날씨는 추웠고 난 오들오들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은 담뱃잎을 말았고 어떤 곳에는 떨을 섞어서 피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이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왔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친구들은 집에 갔고 안드레아와 키아라는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한국인과 정서가 비슷하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에 동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매우 친절했다. 나는 그들에게 꼭 한국에 놀러 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네 나라는 취업이 너무 힘들다고 나보고 비행기 표를 보내주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슬펐다. 참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취업이 힘든 건 마찬가지구나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형편이 조금은 나아 보였다. 그런 고민을 서로 하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나의 첫 이탈리아 친구 안드레아 디 팔마와 키아라는 그렇게 내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스카이프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친구와의 이야기로 나는 인연이란 참 신기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여행과 인연의 묘미란 그런 것 같다.




"Jaewook. Ciao.!"

"Andrea, chiara! Gracias!"


"Ciao"




매거진의 이전글 이방만남_ 안드레아 디 팔마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