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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끝에 찾은 나만의 길 : 퇴사 후 2년의 이야기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던 나날들

by 포코아

2년 전, 퇴사를 결심하기 전 약 3~6개월 동안 나는 아무리 고민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엔 뭔가 생산적인 것을 만들어둬야 한다는 압박에 앞뒤 가리거나 깊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냥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게 디자인 부업이었다.


그때 나는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었고, 특별히 자신 있다고 할 만한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저 ‘해보다가 안 되면 그만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 일이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줄은 몰랐다.


사실 그 시절, 나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지쳐 있었다. 일이 편해지고 수월해졌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외부 세력의 압박과 통제, 전문성을 해치는 인건비 예산 삭감 같은 문제들이 사기를 점점 떨어뜨렸다.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부당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특히 어려웠다. 내 안의 열정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매일 괴로움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순간들이었다.




딜레마 속에서 찾은 작은 시작


퇴사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먼저 회복하고 나아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하지만 회복을 하기도 전에 일이 계속 잘 풀리지 않으니, 정말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하루하루 무기력감만 더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힘들었던 그때,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리고 이 상황에서 괴로워하는 게 당연한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 단순한 위로지만, 묵묵히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물론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단지 옆에 있어주는 사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간절히 필요했다. 그리고 그 필요함이 지금의 나에게 한 가지 교훈을 주었다. 내가 나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의 공간을 찾는 과정


그렇게 나는 마음을 조금씩 회복하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은 단순히 아픔의 연속이 아니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고, 어떤 일에서 지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씩 방향성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책임감을 다하면서 자신을 가장 마지막에 두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이해하는 것이, 내가 더 단단해지고 풍성해지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마치 오래 닫혀 있던 방의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면서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새롭게 숨 쉴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가진 감정과 생각의 과정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숨겨져 있던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내 안에 감춰둔 보물창고를 하나씩 열어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가 어떤 것을 외면하고 살았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이 나를 진정으로 빛나게 하는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번아웃 끝에서 찾은 나만의 길


그 시간들은 다신 겪고 싶지 않지만,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알기 위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가끔은 멈추는 것도, 다시 시작하는 것도 모두 나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이제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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