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독립 사이에서 우리는 고민한다
우리 가족은 화목한 편이다. 가족끼리 함께 맛있는 걸 자주 먹었고, 고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눴다.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걱정해 주셨고, 나도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크게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나름대로 해 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는 것’보다, ‘부모님의 걱정을 피하는 것’이 더 익숙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은 항상 내게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셨고, 그 말이 나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말씀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내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할 순간이 오면서 ‘이제는 내 방식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리고 부모님도 나를 믿어주었으면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부모님이 보기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을 것이다. 나는 그걸 이해하려 했고, 부모님도 나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어쩔 땐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오히려 더 큰 벽이 되기도 했다.
분명 같은 가족인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졌다. 조금씩 대화가 줄어들고, 함께 있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졌다. 나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더 나아지게 하려 노력했지만, 노력만으로 바뀌지 않는 관계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과의 갈등은 특정한 사건 하나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기대’와 ‘걱정’이 만들어낸 결과 같았다. 부모님은 나를 보호하려 했고, 나는 나의 선택을 존중받고 싶었다.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조금씩 어긋났을 뿐인데, 그 차이가 깊어지면서 마음이 닿지 않는 순간이 많아졌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그 누구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이기도 하다.
분명 부모님도 나를 믿어주고 싶지만, 걱정이 앞서기에 나의 선택을 온전히 지켜봐 주기가 어려운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순서와 때가 있고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신을 위한 옳은 판단을 잘 하고 책임질 수 있기를 바라고 믿어주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말고는 억지로 원하는 대로 하게끔 할 수가 없다.
부모님과 자식은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한다. 어쩌면 부모님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과, 혹은 자식과의 관계 속에서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까? 무조건 가까워야 좋은 것일까? 아니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일까?
독립이란 단순히 집을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지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거리를 둔다고 해서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끝내 맞춰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럴 때는 나를 먼저 지키는 선택도 필요하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감정을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기에 말하지 못하는 감정이 있고, 가족이기에 더 조심스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때로는 거리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거리마저도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속에서, 나의 역할과, 나의 감정과, 나의 선택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읽으며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는 가족과 어떤 거리를 두고 있는가?
나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순간을 가장 고민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내가 정한 옳다는 잣대로 소중한 가족 구성원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고 있으면서도,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그 힘든 것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각자의 시간과 감정을, 선택과 특성을 가까운 가족이니까 불 보듯 뻔하다고 여기며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올바르고 정직하게 키워 낸 만큼 우리 모두를 믿고 ‘걱정을 앞세운 불편한 시간’ 보다 ‘믿음의 모습을 띤 건강한 기다림’이 더 필요할 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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