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이상 스스로를 틀렸다고 여기지 않기로 해
설 명절 연휴다. 미친 듯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부츠뿐만 아니라 한 단 접은 바지 안에도 눈이 가득 찼다. 노트북과 읽고 싶었던 책 두 권을 가방에 고이 넣고, 목도리와 패딩, 모자까지 둘러쓰고 완전 무장을 한 채 집을 나섰다.
집 안에 머물면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 것 같았다. 괜히 뒤척이고,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괜히 과거와 미래를 붙잡고 고민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느니 차라리 밖으로 나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바닥에 쌓인 눈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카페로 향했다. 명절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와 커피 향이 확 퍼졌다. 뭔가 이 공간이 나를 감싸 안는 기분이 들었다. 카운터에서 통신사 할인 쿠폰을 꺼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길래 잽싸게 올라가 앉았다.
커피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요즘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
괜찮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너무 많은 기준과 기대 속에서 살면서, 늘 스스로에게 ‘이게 맞나? 틀린 건가?’를 묻고 있었다. 그놈의 K-장녀 마인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책임감과 고민들이 나를 짓누르는 걸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노트북을 펼쳤다.
정리가 필요했다.
이런 날일수록 기록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대학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현실적인 고민 끝에 전공과 무관한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7년 동안 일하며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났고, 상담을 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과정은 분명 보람찼고, 사명감도 컸다. 하지만 ‘내가 이 길을 정말 원했나?’라는 질문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번아웃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매일같이 터지는 업무량, 끝없는 야근, 사명감으로 버텨왔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30대, 40대, 50대가 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길을 찾고 싶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감정과 욕구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프리랜서 일. 나의 능력과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누구에게도 정해진 답을 강요받지 않고, 내 방식대로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만큼 불안정했고, 스스로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 내 선택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히 직업이나 진로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내가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고, 기꺼이 내 마음이 움직이는 일에 대한 선택이다.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해왔다. “내가 틀린 걸까?” “내 선택이 잘못된 걸까?”
세상의 기준과 주변의 목소리가 끝없이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남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었다. 누군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간다고 해서 그 끝에 완전한 만족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차인표 님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그분의 말을 인용하자면,
“실패는 얼마든지 해도 큰 데미지가 없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포기해버리면 아무 가능성도 남지 않는다. 포기가 진짜 실패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다. 돌아가면 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잘못된 거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을 틀에 박아놓을 것인지, 새로운 여백을 만들어서 도전하고 넘나들며 사고하는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는 안다. 이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수많은 순간 흔들릴 것이라는 걸.
하지만 더 이상 내가 틀렸다고, 내 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기로 했다.
답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내가 느끼는 내 진정한 마음 안에 있다.
그러니 괜찮다. 매우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고,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넘어지고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으면 된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결국 나는 내 길을 만들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기를.
세상이 뭐라 하든, 당신이 진짜 원하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를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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