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를 이뤘을 때의 그 생기를 다시 찾고 싶다
프리랜서로 2주 차에 접어든 어느 일요일 저녁,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새벽 1시까지 글을 쓰고, 결국 3~4시쯤에야 겨우 잠들었다. 피곤한 몸으로 아침을 맞았지만 이상하게도 더 늦잠을 자고 싶진 않았다. 6시 50분, 알람 소리는 못 들었지만 본능적으로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따뜻하게 데운 물 한 잔을 마셨다.
20분만 헬스장에 내려가서 러닝머신을 탈까? 아니면 노트북 앞에 앉아 조금이라도 글을 써볼까? 고민 끝에, 딱 7시 10분까지만 글을 쓰기로 했다. 이 순간의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지만, 당시 적어뒀던 고민들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체력이 떨어지고, 시간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평탄한 연애 속에서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뒤섞이는 혼란
브이로그 콘텐츠를 올렸을 때의 뿌듯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갈증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는 갈망
작은 성취를 이루었을 때의 기쁨이 떠올랐다. 생기를 찾고 싶었다.
그 방법은 하나였다. 고민하지 말고 움직이는 것.
알람이 울렸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자는 다짐과 함께.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에 섰다. 한때 40분도 거뜬히 뛰었던 내가 7분도 채 안 돼서 지루함을 느꼈다. 하지만 다시 익숙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가볍게 20분을 걷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다. 힘들어서 잘 하지 않던 플랭크도 1분씩, 3세트 쫌쫌따리로 해냈다. 뭔가 상쾌했다. 아주 사소한 운동이었지만, 그 뒤로 오는 뿌듯함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운동 후 샤워를 마치고 간단히 사과를 먹으며 앉았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일에 파묻혀 허덕이는 나였다. 몸은 찌뿌드드했고, 정신은 삭막했다. 이 악순환을 끊고 싶었다. 머리로는 알아도 왜 그렇게 안 되는지 답답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작은 움직임이 그 돌파구를 열어줬다. 몸이 상쾌해지니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요즘은 수면 패턴이 무너져 11시에 일어나는 날이 많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긍정적이었다. 운동을 하며 에너지가 넘쳤고, 고요한 새벽 시간을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는 뿌듯함을 즐겼다. 지금은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좋게 느껴지지만, 그 시절의 생기와 뿌듯함이 얼마나 좋은지 여전히 기억한다.
꼭 건강한 음식을 먹고 난 뒤의 기분처럼, 새벽을 박차고 나와 하루를 시작했을 때의 그 기쁨은 잊히지 않는다. 오늘도 작은 움직임으로 다시 그 기쁨을 찾아가고 싶다. 한 번쯤은 다시 그때처럼 시작해보고 싶다. 지금도 나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성취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