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유한하며 태어난 생명은 모두 죽는다. 부인할 수 없는 당연한 명제이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죽음을 무시하고 잊고 지낸다.
생명과 죽음은 항상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왜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것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현대 과학과 철학이 전하는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만의 의미를 나름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리즈로 글을 쓰고자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며 상식적이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무지한 자에게 허용된 사유의 자유로 삶의 외로움을 이겨낼 지극히 개인적인 작은 도피처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사전에 말해 두지만 이 글은 순전히 필자의 의미 없는 추측일 뿐이라 증명 불가임을 밝혀둔다. 반박 시 당신이 무조건 옳다.)
1. 생명의 본질과 차원의 문제
생명의 본질은 궁극적으로는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정보(DNA와 RNA)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생명은 단순한 원자나 분자의 구성을 넘어 세포의 유기적 결합 속에 유전 정보가 생물의 몸을 통해 전달되기 위한 시스템이다라고 할 수도 있다.
세포의 결합 방식이 생명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면 과연 세포의 결합이 몇 차원까지 존재 가능할까 궁금해진 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3차원에 속한 인간이 4차원이나 5차원에서도 신체의 형태를 이루고 유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최초의 생명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도 가설일 뿐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새로운 세포의 탄생은 세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생물학의 상식이다. 짚신벌레와 같은 단세포 생물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동식물은 모두 복잡한 세포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식이라는 세포 분열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생명이 존재 가능한 차원을 수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매우 단순하게 세포의 모양이 정사각형이라고 하고 2개의 결합으로만 이루어진다고 가정해 본다.
1차원에서는 점이 되어 의미가 없고 2차원에서는 ㄴ4개의 변과 4개의 각이 모두 같은 정방형, 즉 4개의 꼭짓점이 존재한다. 2개의 정사각형이 중첩되지 않고 일부라도 서로 겹치는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다. 수학적으로 단순화시키기 위해 4개의 점, (a.b.c.d)로 놓고 다른 정사각형의 꼭짓점도 (e, f, g, h)로 치환해 보면 4*4의 행렬이 되어 기하학이 아닌 그래프 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이에 그린 2차원의 정사각형이 4개의 꼭짓점만 존재했다면 3차원에서는 8개의 꼭짓점이 존재한다. n차원 초입방체는 n제곱계의 꼭짓점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계산 또한 복잡해진다. 수포자인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울렁증이 생겨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수학은 정보 엔트로피가 높은 언어다. '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으면 합쳐서 두 마리가 된다'는 사실을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 20 단어를 사용했지만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1+1=2'로 5 단어로 표현 가능하다. 그러니 만약 우주 어딘가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소통 가능한 공통 언어는 물리 법칙을 공유할 수 있는 수학이 될 것이다.
3차원 공간에서 여러 개의 구(1차원 구 = 점. 한 점을 중심으로 수직선에서 좌 우로 반지름 r만큼 떨어진 두 점의 집합이 1차원 구의 정의다)를 가장 밀집하게 배열하는 방법에 관해 케플러의 추측이 있다. (n+1) 차원의 유클리드 공간에서 반지름이 1인 n차원 구에 반지름이 1인 n차원 구을 최대로 많이 접할 수 있는 수에 관련된 문제다.
3차원일 때는 뉴턴이 12개가 최대라고 추정했으며, 뉴턴 수(Newton Number)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 알려진 뉴턴수는 1, 2, 3, 4, 8, 24차원일 때의 수만이 알려져 있다. 반지름 1의 1차원 구 3개가 연달아 늘어서 있을 경우, 중앙의 구의 좌 우에 다른 구가 접할 수 있으므로 1차원 뉴턴수는 2, 2차원에서는 6, 3차원에서 12, 4차원에서 24이며, 8차원에서는 240, 24차원에서는 196,560개다. (출처: 나무위키)
계층적 상호 연결 결합이 가능성이 고차원으로 갈수록 많아지니 복잡한 생물의 존재 가능성 또한 고차원에 더 높을 것이라 추측된다. 3차원에 사는 인간을 4차원 혹은 그 이상에 사는 생물이 본다면 저 차원 존재는 하찮아 보일 것인가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차원 문제의 복잡성을 생각해 보면 역설이 발생한다.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공간의 차원이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의 밀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이로 인해 데이터 분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차원이 높아질수록 공간이 너무 급격히 확대되어 시용가능한 데이터가 희소해진다는 뜻으로 인공지능 개발 분야에서 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를 다시 말하면 차원이 높을수록 개체의 독립성이 희석되고 모든 것이 균일해지는 특성이 생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3차원에서 구별 가능한 개나 고양이가 4차원 이상으로 가면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참고로 차원의 증가할수록 공간이 확대된다는 의미는 수학적으로 해석 가능하다. 임의의 n 차원이라는 말은 그 대상에 속한 임의의 점 근처 점들을 n개의 상호 독립적인 방향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을 의미한다. 2차원은 점 근처의 점들을 2개의 방향( x축, y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방체를 중심에 놓고 순차적으로 차원을 확대해 보면 입방체 도형이 차지하는 공간과 나머지 공간의 비율로 쉽게 이해 가능하다.
차원의 저주는 빅뱅 우주론과도 연결점이 있다. 우주의 대폭발(big bang) 직후 순식간에 우주가 급격히 팽창했다는 이론이 인플레이션 우주론이다. 매우 짧은 찰나에 상상할 수 없는 공간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우주는 거의 균일하며 이를 관측 결과로 증명한 것이 우주배경복사다.
우주가 3차원이 아닌 숨겨진 다차원의 구조라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중력의 매개체가 차원 속에 숨겨진 암흑물질이 아닐까라는 나만의 상상도 해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고차원의 생명은 저 차원의 존재가 인식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3차원에 사는 인간이 높은 차원의 생명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바로 그들은 혼돈(chaos) 자체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혼돈은 우주의 태초요 끝이며 바로 생명 진화의 최종점이다.
-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