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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Mar 18. 2024

인생을 정리하는 글

제목이 마치 죽기 전에 쓰는 글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네요. 언젠가 죽는다는 것 만큼 자명한 사실도 없으니 죽기 직전에만 인생을 정리할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자주 정리하는 글을 쓰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일어나가 글을 씁니다. 그러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겠습니다. 


1. 죽음


저는 많은 것에 감사합니다.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지금 순간에 감사합니다. 살면서 원하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여기까지 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정이었기에 (솔직히 여전히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제 삶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는 죽음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에 대해서 초연해질 수 있었습니다. 무(無)에서 태어나서 잠깐의 유를 겪은 후 다시 무로 돌아가는 과정.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다른 유(有)라는 순간을 겪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축복의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거대한 전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죽는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어떤 유산(legacy)를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갈망이 있습니다. 죽음은 깊고 가장 확실한 단어입니다. 그러기에 유(有)의 순간이 더 찬란합니다. 


2. 목표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부분 중에 하나는 목숨걸고 도전할 목표가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목표만 있는 것으로 삶의 회로의 전기가 흐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동기와 실력이 어느 정도 함께 받쳐줘야 뭔가 불이 켜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표가 중요합니다.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목표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숨이 차는 지점에 있어야 삶의 목표가 되고, 그것을 반복해서 성취하는 경험은 저 멀리에 있어보여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도달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3. 수행 


"너는 누구냐?"라고 저에게 질문하신다면 저는 수행자라고 답을 하겠습니다. 사실 저만 수행자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거지 같은 상황이라도 "이것은 수행입니다."라는 프레임을 인식하면 도저히 참지 못하고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상황도 조금씩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행을 통해서 내공을 쌓고 어느 순간 과거를 돌이켜보면 별일 아니었던 일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아쉬웠던 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행자의 마음으로 자신이 정한 "무언가"를 꽉 채우기에 정진해야 합니다. "무언가"는 각자 마다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에는 목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는 사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꽉 채우려면 잘못 들어가 있는 어떤 것을 다 비워내야 합니다. 


4. 가족 


죽음이 명백한 것처럼 탄생도 명백합니다. 우리는 태어났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형태는 달라도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은 어려운 단어입니다. 당연할 것 같지만 당연하지 않고, 세상에서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있나 싶은게 가족입니다. 누군가에 저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아빠가 된 것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여기에는 하늘의 뜻도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잘하고 가장 감사한 것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 저에게 최근에 가장 잘 한 일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우리 딸 미술학원에 데리로 갈 때 화이트데이 과자/초콜릿 세트 사간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하루지만 우리 딸 세상 행복해 하는 모습에 너무 흐믓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발렌타이데이 때 초콜릿 몇 개를 받고 내색은 못하지만 우쭐했던 순간이 기억나는데 우리 딸에게 초콜릿 꾸러미 하나 주면서 얻은 기쁨이 당시 기분으로 환산하면 전교 모든 여학생에게서 초콜릿을 몽땅 받았더라고 이것보다 기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빠가 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제가 만약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생각을 해보면 항상 우리 딸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우리 딸에게 아직 씩씩하게 사는 법을 온전히 알려주지 못한 점 그것 딱 하나가 아쉬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채아를 만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질문하면 "씩씩하게 사는 것"이라고 바로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사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나머지는 우리 딸도 수행자로 살아야 하기에 온전히 그 아이의 몫이겠지요. 


5. 더 적어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서 여기서 마무리 하고, 나중에 시간이 될 때 글을 계속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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