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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Nov 23. 2024

믿음, 그리고 함께하는 용기

최근 나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개의 기업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오랜 업력을 지닌 소비재 유통사로, 현재 글로벌 브랜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사에서 라이센싱 회사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고, 이는 단순한 구조적 변화가 아닌,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과 보다 높은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전환이다.나는 이 변화의 시기에 투자자로서 함께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는 내게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이 기업의 변화가 어떤 미래를 열어갈지 깊이 탐구하는 중이다. 


오늘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다른 형태의 유통 사업을 시작한 젊은 창업자에 대한 것이다. 이번 주 나는 이 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창업자는 아무런 배경 없이 남미의 한 국가로 날아가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국내의 한 면세점을 설득해 제품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20대의 젊은 친구다. 이 창업가의 도전 정신이 정말 놀라웠다. 유통 사업이라는 특성상 계약서의 세부 조항들을 검토하고, 실제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초기 투자에서는 때로는 데이터 이상의 믿음이 필요하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젊은 창업가를 믿어보기로 한 마음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와 함께 차를 마시며 사업에 대한 꿈을 들었고, 때로는 갑작스러운 전화로 그의 진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술 한잔을 기울이며 나눈 이야기는 서로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창업자의 소중한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 오프라인 만남은 최대한 자제했지만, 한 달 남짓 이어진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나는 그의 사업과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어제는 투자 계약서의 초안을 완성하고, 함께 주주가 되어줄 동료들과 이를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투자라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 한 주였다. 나는 투자란 신뢰를 먼저 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런 나의 태도는 다소 낭만적인 이야기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지닌 동료의 조언을 들으며 그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진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업 중인 잭슨폴록(Jackson Pollock), 출처: artshortlist.com


투자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누군가를 믿고 그 사람과 함께 걸어갈 용기를 내는 것, 그리고 그 여정에서 나를 믿고 함께해주는 동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신뢰는 결국 환경에서 비롯된다.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사모펀드의 역할이 아닐까. 누군가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도 투자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함께 되새겨본다. 


*잭슨 폴록은 그의 작품을 믿어준 후원자 페기 구겐하임의 지원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구겐하임은 폴록의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그가 세계적인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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