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글이 나의 투명한 혼잣말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언젠가는, 추운 한겨울 입김처럼 따뜻한 숨의 온기로 변했으면 좋겠어.
언제부터인가 글 쓰는 것에 대한 심한 갈증을 느낀다.
가끔은 회색빛 투성이의 하루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꾸깃꾸깃한 통증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말하는 것’에 대한 제약이 생긴 뒤부터였던 것 같다.
영어가 벽처럼 느껴지는 매초 매 순간.
말하고 싶은데 멈춰 버리는 브레인.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도망가버리는 작은 마음 하나.
호주는 멀리서 보면 초저녁 잔디밭에 앉아 바라보는 화려하고 황량한 노을 같은 곳이지만,
직접 살아보면 말할 수 없는 답답함, 그리움, 스스로에 대한 측은함의 집합체 같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을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하루에 사계절은 담는 COLD GRAY 멜버른이다. 많은 이들이 이곳의 첫인상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운치 있고 잔잔하다고 말하지만, 살다 보면 비 오는 날의 고독과 마음이 시릴 만큼의 찬바람이 일상인걸 알게 된다.
나는 이민자이고, 몇 달 전 국제결혼을 했다.
파랗다 못해 아침에는 짙은 초록색 빛으로 변하는 에메랄드 눈을 가진 남자,
그리고 진하고 달콤한 다크 초콜릿 눈을 가진 여자.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색의 공을 소유 중이다.
‘다름’이라는 어감에서부터 시작되는 차이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정확하게는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일 때가 있다.
차이점이 만들어 내는 미묘하고 어두운 거리감.
그래서 나는 가면 뒤에 숨어 부드럽고 투명하게 말할 거야. 아이러니하게도, 숨겨진 곳 뒤편에서 사람은 더 순수하고 더 투명해지니까.
우리는 좋은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서 더 쉽게 공감하고, 연민을 보내지.
이제부터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조용히 쌓아왔던 조약돌만 한 용기들을 꺼내어 천천히 아주 조용히 글로 흘려보낼게.
자, 시작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