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고요 사이에서

by 교교

중학생인 도훈과 혜인은 앙숙이다. 도훈은 혜인을 무척 싫어했다. 이유는 단순한데, 혜인은 자기 멋대로였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면 친구든 선생님이든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굴었고, 심지어 한 번은 자기 뜻대로 안 된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버티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도훈은 혀를 내둘렀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그에게 혜인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훈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혜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화가 나는 건지 어떤 마음인지, 도훈은 알 수 없었지만, 혜인을 보고 있자면 마음 한구석이 꿈틀거렸다. 그러다 도훈은 자꾸만 자신을 신경쓰이게 만드는 혜인을 골려주기로 했다.


도훈이 생각하는 혜인은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혜인에게 가하는 괴롭힘은 정의로운 응징과도 같았다. 친구들에게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그녀가 엉뚱한 행동을 하면 일부러 밀치거나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그러면 혜인도 곧장 반격을 가했고, 둘은 장난인지 싸움인지 모를 실랑이를 자주 벌였다.


도훈이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보면, 혜인에 대한 감정은 불쾌함에 가까웠다. 학교에서는 규칙을 따라야 하고, 적어도 어른에게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혜인은 개념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있으면 반은 늘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 그래서 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혜인이 우리 반에서 사라지면 좋겠다.” 하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혜인이 갑자기 전학을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날 이후 그녀는 정말로 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도훈의 세상에서 그녀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도훈은 조금 당황했지만, 속이 시원했다. 드디어 눈엣가시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교실은 평화로워질 것이고 혜인이 없으니 신경 쓰이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눈앞에서 혜인이 사라지고 나자, 도훈의 마음 한구석에서 다시 무언가 꿈틀거렸다. 그것이 후련함인지, 이유 모를 아쉬움인지 알 수 없었다, 도훈은 끝내 답을 내리지 못했다. 교실은 고요해졌지만 도훈의 마음은 이전보다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