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위계에 따른 폭력의 전이
용주, 민수, 재형은 늘 붙어 다니는 친구 사이다. 하지만 용주는 늘상 장난이 심하다. 점심시간. 용주는 민수의 책가방을 들고 “야, 민수야 받아라!” 하며 교실 반대편으로 던졌다.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고, 안에 있던 필통에서 펜들이 굴러 나왔다. 반 친구들은 “야 용주 너무하네” 하면서도 웃었고, 용주는 그 웃음에 더 신나서 민수의 필통도 훅 뺏어 들었다.
민수는 웃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웃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야 ㅋㅋ 돌려줘…” 민수가 말했다. 용주에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장난은 더 거칠어질 게 빤했기에 민수는 장난이 적당히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민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복잡한 감정을 삭혔다.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 민수가 책을 펼치려고 할 때 재형이 뒤에서 민수 머리를 툭 건드렸다 "야 오늘 용주한테 쫌 버티더라?" 민수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좁아졌다. 하지만 민수는 그때도 감정을 누르며 한쪽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야ㅋㅋ 하지 마라 진짜" 그리고선 민수도 재형의 머리를 툭 건드렸다.
종례 직전. 민수가 자리에 앉아있는데 책상 발아래에서 뭔가 자꾸 걸렸다. 재형이 몰래 밀어놓은 쓰레기였다. “야 미안ㅋㅋ 너 발 들고 있는 게 웃겨서.” 재형은 평소처럼 크게 웃어댔다. 그 순간이었다. 민수는 재형의 책상을 두 손으로 확 밀어버렸다. 재형의 책상이 엎어지고, 펜들이 책상에서 와르르 쏟아졌다. "야 그만 좀 해!!” 민수는 목소리가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재형은 당황해서 일어났다. “야 갑자기 왜 이래!” 민수는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민수는 재형의 어깨를 밀었고, 재형도 반사적으로 민수의 팔을 쳐냈다. 주변 친구들은 그제야 민수와 재형을 말렸다. “야야야 야!!!”
그때 용주가 뛰어왔다. “야! 둘이 왜 싸우냐! 그만해라” 용주는 두 사람을 순식간에 잡고 거칠게 떼어냈다. 민수는 용주의 시선을 피했다. 용주는 화난 목소리였다. “야 김민수, 갑자기 왜 이래? 재형이랑 왜 싸워!” 민수는 말문이 막혔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용주를 보지 못한 채 대답했다. “이 새끼가 계속 건들잖아!” 재형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용주가 중간에서 둘을 잡고 있는데도 민수의 시선은 오직 재형에게로만 향해 있었다.
재형 어머니의 신고로 민수는 학교폭력위원회 가해자로 회부되고, 용주는 말린 학생으로 기록되었다. 민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답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왜 화가 난 것인지, 도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