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예비 개발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우아한테크코스 7기 크루들에게 뜬금없이 했던 말을 공유해 봅니다. 좀 더 보편적인 형태로 가공하려다 그냥 날것 그대로 전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임스입니다.
갑자기 가을이 찾아와서 공기가 선선하네요. 저도 갑자기 나타나서 이상한 소리를 해봅니다.
한창 팀 프로젝트를 하고 계실 텐데요. 어떠세요? 예상하지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을 겁니다. 그것이 기술이든, 사람이든,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을 마주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는 그저 코딩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새로운 기술을 많이 써봐야 하지 않나? 이 기능을 왜 추가해야 하는지 공감되지 않는데? 쟤는 왜 아무 의견이 없지? 쟤는 또 왜 이렇게 본인 의견만 강하게 주장하지? 근데 이런 게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7기에서도 강조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우테코가 정답은 아닙니다. 앞선 고민들의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그건 본인 스스로가 정답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결국 정답은 본인 내면에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소음에 휘둘려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여러분은 개발을 좋아하시나요? 전 지금까지 아니라고 말해왔는데요. 이건 교육자로서 0점짜리 발언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의도는 개발을 굳이 엄청 좋아하지 않아도, 혹은 본인이 생각하는 개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개발에 미쳐있지 않아도 개발자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교육자로서 제가 했어야 하는 일은 여러분들에게 개발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 스스로가 개발을 싫어한다는 발언은 0점이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도 개발을 좋아합니다. 기준이 다를 뿐입니다.
개발을 좋아한다, 잘한다는 여러분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추측건대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잘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건 한 단면에서 유효합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탄생 일화를 알고 계신가요?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나요? 그 어디에도 클린코드 덕분이다, 뛰어난 아키텍처 덕분이다와 같은 소리는 없을 겁니다. 그건 추후에 개선되었겠죠.
하필 우테코에서 초반에 학습하는 내용들이 기술적인 부분이 많아서 여러분들의 착각을 가중시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기술이 맞지만,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데 기술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읽지도 않는 노벨문학상 수상작보다 어버이날 받은 삐뚤빼뚤 쓴 맞춤법도 엉망인 아이의 손 편지가 더 위대할 겁니다. 문학소설보다 더 인기 있는 웹소설도 있습니다. 그러면 누가 좋은 작가인가요?
멋진 코드를 작성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개발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만든 서비스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유용함을 제공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입니다.
제가 15년째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은 AI가 코딩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앞으로는 더욱 어떻게 만들지 보다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개발을 좋아하든 아니든, 우테코에 오신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좌절하고 있다면 처음 그 마음을 떠올려보세요.
행복한 개발자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기차 안에서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 중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