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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25. 2019

뮌헨의 은밀한 매력

뮌헤너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뜻밖의 장소들. 



옥토버페스트, 바이에른 왕궁, 축구 말고도 뮌헨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도시 안팎을 넘나들며 뮌헤너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뜻밖의 장소처럼. 





독일 감자의 변신 


신선한 제철 채소와 감자로 만든 샤크슈카. ⓒ 고현


빅투알리엔 시장(Viktualienmarkt)은 알트슈타트(Altstadt, 구시가)의 필수 방문 코스다. 신선한 제철 과일과 장인이 만든 치즈 등 지역의 온갖 식자재 부스가 모인 이곳에는 호기심 어린 관광객과 신중하게 오늘의 식단을 궁리하는 현지인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독일인의 감자 사랑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뮌헨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이들은 감자를 삶고, 굽고, 으깨고, 튀기고, 심지어 만두 형태로 조리하기도 한다. 빅투알리엔 시장 서쪽의 카스파어 플라우츠(Caspar Plautz)는 독일의 감자를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곳. 테오 린딩거(Theo Lindinger)와 도미니크 비어(Dominik Wier)가 2017년 말부터 운영해온 감자 상점 겸 간이 레스토랑이다. 케이터링 업체에서 일하던 린딩거는 독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감자를 연구했고, 친구 비어와 함께 뮌헨 근교의 품종을 포함해 총 23종의 감자를 유통하는 전문 상점을 열었다. 둘은 감자를 주재료로 한 독창적 메뉴도 개발했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샤크슈카. 감자와 토마토, 가지를 뭉근하게 끓인 뒤 달걀을 얹어 먹는 카스파어 플라우츠의 샤크슈카는 투박한 독일식 감자 요리에 대한 편견을 뒤집어놓는다.

ⓘ 카스파어 플라우츠 샤크슈카 6.50유로부터, 8am~6pm(요리 주문 11:30am~3:30pm),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casparplautz






굿 디스플레이


책방은 테마와 작가에 맞춰 디스플레이에 변화를 준다. ⓒ 고현


알트슈타트의 경계를 이루는 프로이엔 거리(Frauenstraße)를 건너 남서쪽으로 향하자 차츰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뮌헤너가 드문드문 배회하는 골목을 천천히 돌아보면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 숍과 비건 레스토랑, 바버숍 등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리테라투어 모트스(Literatur Moths)는 알트슈타트 외곽에서 20년 넘도록 한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같은 책방이다.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노블 등 예술 서적을 중심으로 문학, 여행서, 독립 서적을 판매하는 이곳은 2층 높이의 층고에 섬유 유리 가벽을 세워 공간을 자연스럽게 카테고리별로 구분해놓았다. 이 책방이 오랜 기간 지켜온 철학은 바로 지역성. 주인 레지나 무트(Regina Moth)는 일러스트레이터 모니카 아이헬레(Monika Aichele) 같은 지역의 예술가를 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디스플레이를 주기적으로 바꾼다. 음악 카테고리의 서가는 최근 뮌헨에서 공연을 마친 ECM 뮤지션 비요른 메이어(Björn Meyer)에게 헌사하는 테마로 꾸몄다.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시 낭독회 슈페르지체(Sperrsitze)는 뮌헨의 문학 애호가가 기다리는 이벤트라고.

ⓘ 리테라투어 모트스 10am~7pm, 일요일 휴무, li-mo.com 






보헤미안의 아지트 


(좌) 카페 룸을 지나 안뜰 건너편의 철문이 로트링거 13의 입구다. (우) 옛 공장의 골조를 살린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 고현


뮌헨 동역 부근의 하이드하우젠(Haidhausen)은 뮌헤너가 거주하고 싶어 하는 동네 중 하나다. ‘프렌치 쿼터’라 불리는 이곳은 질서정연한 주택 사이로 보헤미안풍 노천카페와 루프톱 바, 갤러리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현지인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긴다. 이곳의 옛 공장 건물에 들어선 로트링거 13(Lothringer 13)은 지역 예술가의 허브 역할을 해온 갤러리다. “해외 노동자의 독일 이주 50주년을 맞아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어요.” 갤러리의 프로그래머 줄리아 리히터(Julia Richter)가 전시를 안내하며 말한다. 비밀스러운 통로로 이어진 2층의 아담한 방은 신진 작가를 위한 소규모 전시장으로 내어준다고. 안뜰을 공유하고 있는 카페 룸(RROOM)은 하이드하우젠에 거주하는 예술가의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4년 전부터 갤러리에서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독립 서적과 잡지를 구비하고, 전시와 연계한 영화 상영회 같은 이벤트도 수시로 개최한다.

ⓘ 로트링거 13 11am~8pm, 월요일 휴무, lothringer13.com/en






스타일 코워킹 호텔


(좌) 취향에 맞춰 칵테일을 제조해주는 바텐더 알렉스. (우) 코워킹 스페이스는 업무 공간이자 라운지 역할을 한다. ⓒ 고현


늦은 저녁, 슈티글마이어 광장(Stiglmaierplatz) 부근에 자리한 호텔 루비 릴리(Ruby Lilly)에 들어선다면 잠시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 통유리를 두른 1층 로비가 조도를 어둡게 낮춘 채 매혹적인 보사노바 연주와 함께 클래식한 바로 둔갑하기 때문. 바텐더 알렉스(Alex)가 능숙하게 칵테일을 제조하고, 스태프들은 자연스럽게 손님과 대화에 열중한다.

2017년에 문을 연 루비 호텔은 뮌헨을 베이스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7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디자인 호텔 브랜드다. 지역의 낡은 건물을 스타일리시하게 레너베이션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 뮌헨의 루비 릴리 역시 1970년대 사무용 빌딩을 개조해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루비 호텔은 기본적으로 모든 가구를 직접 제작하고, 현지 아티스트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하죠.” 매니저 라우라 겔호이트(Laura Gelheut)가 말한다. “우리는 룸서비스나 미니 바, 셰프 레스토랑을 일절 운영하지 않아요. 그 대신 현지를 깊숙하게 경험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호텔은 객실마다 핸디 스마트폰 투어 가이드를 비치하고, 24시간 호텔 컨시어지에서 주변 레스토랑을 추천해준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은 코워킹 스페이스이기도 하다. 뮌헨과 함부르크 지점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회원과 투숙객 모두 이용 가능하며,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며 놓았다. 실용적이되 스타일은 중시하는 루비 호텔의 철학에 부합하도록 말이다.

ⓘ 루비 릴리 숙박 123유로부터, 코워킹 스페이스 1일 15유로, ruby-hotels.com






글/사진. 고현 

고현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뮌헨을 취재하는 이틀 동안 지하철 8회, 트램 4회, 버스 2회를 이용하며 뮌헨 카드를 알차게 활용했다. 


ⓘ 취재 협조 바이에른주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bavaria.by)




'뮌헨의 은밀한 매력'에 이어진 이야기

뮌헨의 은밀한 매력 pt.2 -교외의 히든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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