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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화. 스타워즈와 포켓몬: 세대를 잇는 라이브러리

세계관은 다음 세개 준비하는 것

by 김동은WhtDrgon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기 전부터 다음 세대를 준비합니다

DNA에는 이미 자손의 설계도가 담겨 있습니다.

세계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지금 만드는 캐릭터가 20년 후 당신의 자녀와 함께 보는 영화에 다시 등장한다면?

그때 자녀가 묻습니다. "아빠/엄마, 이 캐릭터 누구야?"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빠가 만들었어'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20년 동안 함께 본 이야기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세대를 잇는 라이브러리를 만든 것입니다.

세계관을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 유행하는 웹소설이나 드라마 한 편을 히트시키겠다는 단기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훨씬 더 긴 호흡, 어쩌면 한 세대(Generation)를 아우르는 거대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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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세계관 비즈니스로 꼽히는 두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스타워즈(Star Wars)>와 <포켓몬스터(Pokemon)>입니다. 이 두 IP가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전 세계적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들의 진짜 힘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즐긴다'는 점에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열광했던 문화를 자식 세대가 물려받고, 그 자식이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는 '문화의 상속'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관이 가진 궁극적인 힘, '라이브러리의 세대 계승'입니다.


가족: 인간 정신의 최초 라이브러리

02화에서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여러 커뮤니티를 이야기했습니다. 학교, 직장, 종교 시설, 그리고 온라인 공간. 사람들은 수많은 세계관에 동시에 속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세계관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 라이브러리의 특별함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로 가입하는 세계관은 '가족'입니다.

학교는 선택할 수 있고, 졸업하면 떠날 수 있습니다.

직장은 이직하거나 퇴사할 수 있습니다.

종교는 개종하거나 떠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탈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탈퇴할 수 없습니다. 혈연이든 입양이든, 한번 맺어진 가족 관계는 평생 지속됩니다. 설령 관계가 나빠져도, 법적으로 끊어져도, '가족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평생 가족을 가진 적이 없어도 그 자리가 결핍으로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세계관은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려 있습니다.


가족이 전수하는 라이브러리

가족은 인류가 문화를 전수해온 가장 오래된 방법입니다.

언어 (아이가 배우는 첫 단어는 부모의 언어)

음식 (엄마의 손맛, 할머니의 레시피)

신앙 (조상 대대로 내려온 종교)

가치관 (정직, 근면, 효 등)

그리고 콘텐츠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중에는 이제 '좋아하는 이야기'도 포함됩니다. "아빠가 어렸을 때 이 만화 정말 좋아했어", "엄마랑 같이 이 영화 볼까?"

이것은 단순한 추천이 아닙니다. 라이브러리 열람 권한의 전수입니다.

부모가 보증하는 콘텐츠는 아이에게 '안전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낯선 세상의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부모가 손잡고 안내하는 세계는 특별한 신뢰를 얻습니다.


왜 부모의 보증이 중요한가?

리스크 관리의 관점:

아이에게 새 콘텐츠 = 미지의 투자

시간 (몇 시간?)

돈 (얼마나?)

정서적 영향 (안전한가?)

부모가 이미 검증한 콘텐츠: = 리스크 제로 투자

"아빠도 이거 했어" = 20년 실전 테스트 완료 = 안심하고 자녀에게 권유 가능

이것이 포켓몬이 마케팅 비용 제로로도 세대 확장에 성공한 이유입니다.

부모 세대 = 무료 검증자 자녀 세대 = 신뢰 기반 유입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IP가 세대를 넘어 생존하려면, 반드시 '가족 라이브러리'와 양립 가능해야 합니다.


스타워즈: 왕자와 공주를 위한 준비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한 시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입니다.

1977 1세대 성장 (22년)

1999 1세대 부모 │ 2세대 성장 (16년)

2015 1세대 조부모 3세대 성장

2024 3세대 동시 존재


1977년 첫 번째 시리즈(에피소드 4, 5, 6)가 개봉하며 전 세계 청년들을 열광시킵니다. 그들은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베이더의 이야기에 빠져든 1세대 팬이 됩니다.

1999년 약 22년 뒤, 프리퀄 시리즈(에피소드 1, 2, 3)가 개봉합니다.

2015년 다시 16년 뒤, 시퀄 시리즈(에피소드 7, 8, 9)가 개봉합니다.

이 간격은 대략 15년에서 20년, 즉 한 세대가 성장하여 부모가 되는 시간과 맞물립니다. 1977년에 스타워즈에 열광했던 20대 청년은 1999년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갈 수 있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다음 큐레이터를 위한 설계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기다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워즈는 새 시리즈를 만들 때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입구를 의도적으로 설계했습니다.


1999년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협>

주인공: 9살 소년 아나킨 스카이워커

핵심 캐릭터: 자자 빙크스 (코믹한 외계인)

포드레이싱 (아이들이 좋아하는 속도감 있는 장면)

귀여운 R2-D2와 나부 파이터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입구였습니다. 1977년 팬들(이제 부모)은 다스 몰과 오비완의 라이트세이버 결투를 보며 환호했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9살 아나킨과 귀여운 자자 빙크스를 통해 스타워즈에 입문했습니다.


2015-2019년 시퀄 3부작 (에피소드 7, 8, 9)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2015): 여성 주인공 레이, 귀여운 드로이드 BB-8

한 솔로와 레이아의 재등장으로 구세대와 신세대의 연결

에피소드 8 <라스트 제다이>(2017),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

각 에피소드는:

기존 세대를 위한 향수 (한 솔로, 레이아, 루크)

새 세대를 위한 입구 (레이, 핀, 포, BB-8)

동시 제공 = 라이브러리 열람 권한을 세대별로 다르게 부여하되,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함

하지만 조지 루카스라는 '마스터'가 떠난 뒤, 시퀄 3부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팬덤 내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었고, 프랜차이즈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2019년 이후: 다양한 입구 전략

그리고 2019년, <만달로리안>이라는 디즈니+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 레이가 아닌 헬멧 쓴 현상금 사냥꾼, 그리고 "베이비 요다(그로구)".

이 작은 초록색 생명체 하나가 스타워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주민들은 다시 열광했고, 관광객들도 몰려들었습니다.

이후 <오비완 케노비>(2022), <아소카>(2023), <안도르>(2022) 등 다양한 시리즈가 이어졌고, 2024년 <스켈레톤 크루>는 다시 한번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모험물로 설계되었습니다.

상업적 세계관에는 여러 평가가 따를 수 있지만, 스타워즈는 대형 프랜차이즈 중에서 현재 학습 대상이 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의 정답(영화 3부작)이 아니라, 여러 입구(다양한 시리즈)를 열어두는 전략. 주민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문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왕자와 공주 = 다음 세대 키워드 큐레이터

세대 계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자(世子)', 즉 계승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중세 왕국에서 왕자와 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왕좌 옆에 작은 의자를 받습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통치하는 모습을 보고 배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왕좌를 물려받습니다.

스타워즈는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1세대 팬들의 자녀(왕자와 공주)가 극장에 왔을 때:

그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어린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아나킨, 레이)

그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요소가 있었습니다 (포그, 이웍, BB-8, 그로구)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선악 구도가 있었습니다


부모는 극장 옆 좌석에 앉아 아이에게 속삭입니다.

"저 검은 가면 쓴 사람이 누군지 아니?" "포스라는 건 말이야..."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X) "스타워즈를 봐라"

(O) "스타워즈를 보는 방법을 배워라"

= 키워드 클라우드 읽는 법 전수


아버지: "다스베이더의 검은색은 어둠의 면을 상징해"

아들: "그럼 루크의 초록색은?"

아버지: "제다이의 성장과 균형이지"

이 대화가 바로 [색깔] - [상징] - [캐릭터] 연결망 학습


아이는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스타워즈라는 낯선 세계에 자연스럽게 입문합니다. 아이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SF 활극이 아닙니다. 우리 아빠, 엄마가 가장 사랑했던 세계, 즉 부모가 보증하는 '신용(Credit)'이 담긴 세계입니다.


이 신용의 이식이 성공하면, 스타워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한 가문의 역사이자 공통의 언어가 됩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광선검 장난감을 사주며 검술을 가르쳐주는 풍경. 이것이 바로 세계관이 세대를 넘어 생명력을 얻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한 세계관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스타워즈 공식 위키인 Wookieepedia는 현재 약 22만 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50년간 축적된 집단 지성의 결과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핵심 클러스터 약 5,000개 ([제다이], [포스], [라이트세이버] 등)

나머지 21만 5천개는 확장된 주변부

09화에서 배울 Obsidian 링크 구조와 똑같습니다. 핵심을 알면, 나머지는 연결망을 따라 자동으로 이해됩니다.


확장 가능한 라이브러리의 비결

왜 스타워즈는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확장 가능할까요?


핵심 클러스터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스타워즈 불변의 핵심]

├─ [제다이] vs [시스]

├─ [포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 [라이트세이버]

└─ [은하 제국] vs [반란군/저항군]

이 4가지는 50년간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새로운 작품이 나와도:

제다이는 여전히 선의 수호자

포스는 여전히 모든 생명을 연결

라이트세이버는 여전히 제다이의 상징

은하계는 여전히 자유 vs 독재의 싸움


확장은 주변부에서 무한히

하지만 이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스타워즈는 무한히 확장합니다:

[새로운 행성] - 만달로어, 아소카가 가는 새 은하

[새로운 종족] - 9,000종이 넘는 외계 종족

[새로운 시대] - 구공화국 시대, 구제국 시대, 신공화국 시대

[새로운 제다이] - 레이, 아소카, 에즈라

핵심은 유지, 주변은 확장. 이것이 라이브러리 설계의 황금률입니다.


이제 다른 사례를 보겠습니다.


포켓몬: 안전한 세계의 상속

<포켓몬스터> 역시 세대 계승의 완벽한 사례입니다.

1996년 게임보이로 처음 출시되었을 때 포켓몬을 잡던 초등학생들은, 지금 30대, 40대 부모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들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사주며 최신 포켓몬 게임을 선물합니다.


포켓몬 라이브러리 구조

[1세대 핵심 클러스터]

├─ [151마리] ← 변하지 않는 정경

├─ [진화] ← 핵심 메커니즘

├─ [타입 상성] ← 전략의 기반

└─ [포켓몬 도감] ← 수집의 목표


[세대별 확장]

2세대: +100마리 (하위 호환 유지)

3세대: +135마리 (특성 시스템 추가)

4세대: +107마리 (물리/특수 분리)

...

9세대: +103마리 (테라스탈 추가)


핵심:

1세대 플레이어도 9세대를 이해할 수 있음 = 핵심 클러스터가 유지되기 때문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 "피카츄는 전기 타입이야" (1세대 키워드)

자녀가 추가하는 것: "근데 이번엔 비행 테라스탈로 바꿀 수 있어!" (9세대 확장)

이것이 라이브러리의 세대 계승입니다


세대마다 새로운 시작 포켓몬

포켓몬은 매 세대마다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스타터 포켓몬(처음 받는 포켓몬)을 제공합니다.

1세대 (1996):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2세대: 치코리타, 브케인, 리아코

3세대: 나무지기, 아차모, 물짱이

...계속

이것은 각 세대의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시작'을 선물하는 전략입니다.


아버지: "나는 파이리를 선택했어"

딸: "나는 나무지기!"

같은 [스타터 선택] 의식을 공유하되, 다른 키워드로 자기만의 여정 시작

두 세대는 같은 세계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여정을 가집니다.


이것이 바로 '라이브러리 열람 권한 상속'입니다.

부모가 평생을 바쳐 사랑하고 검증했던 세계관의 키워드(포켓몬, 진화, 체육관, 배지, 도감 완성)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행위. 이것은 부동산이나 주식을 물려주는 것 못지않은 거대한 '문화 자본'의 상속입니다.


마블 MCU: 위대한 성공과 계승의 과제

잠시 다른 사례를 보겠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영화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세계관 프로젝트였습니다. <아이언맨>(2008)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까지, 11년간 23편의 영화를 하나의 연결된 세계로 엮어내며 전 세계를 열광시켰습니다.

마블은 '연결된 세계관'이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것은 콘텐츠 산업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업적입니다.

그러나 <엔드게임> 이후, 세대 계승의 과제를 마주했습니다.


1세대는 떠났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죽었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은퇴했습니다. 1세대 어벤져스는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2세대를 위한 자리

마블은 새로운 영웅들을 내놓았습니다:

션치, 미즈 마블, 아이언하트, 케이트 비숍...

이들은 모두 젊고 재능 있는 새로운 영웅들입니다. 하지만 스타워즈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스타워즈: 새 시리즈에 한 솔로, 레이아가 함께 등장

→ 부모는 옛 영웅을 보며 감동

→ 아이는 새 영웅을 보며 입문

→ 세대 간 다리(Bridge) 존재

마블: 새 영웅들만 디즈니+ 시리즈에 분산 등장

→ 부모는 "이게 누구야?" 하며 낯설어함

→ 대관식 없이 왕자로만 존재

→ 세대 간 다리 부족

참고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은 이것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세 세대의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앤드루 가필드, 톰 홀랜드)을 한 화면에 모아, 부모 세대의 향수와 새 세대의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켰습니다.


마블의 사례가 주는 교훈: 라이브러리는 확장되어야 하지만, 핵심 클러스터는 유지되어야 하며, 세대 간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당신의 라이브러리 설계

그렇다면 스타워즈, 포켓몬, 마블... 이 세 가지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통합된 교훈은 무엇일까요?

당신의 세계관이 100년 가려면 A가 필요하다! 같은 것이 아니라 100년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입니다.

그에 더하여 그 시선의 끝에서 가령 이런 구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핵심 키워드 클러스터 (50개)

절대 변하지 않는 정경

예: [제다이], [포스], [라이트세이버]

→ 당신의 세계관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 3가지는 무엇입니까?


□ 확장 가능한 여백 (무한)

새 세대가 추가할 공간

예: [새 행성], [새 종족], [새 제다이]

→ 20년 뒤 팬들이 추가할 수 있는 '빈 칸'을 남겨뒀습니까?


□ 세대별 입구

각 시대 아이들의 눈높이 캐릭터

예: 9세 아나킨(1999), 청년 레이(2015), 그로구(2019)

→ 10년 뒤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가 있습니까?


□ 부모-자녀 연결 장치

함께 즐길 수 있는 의식(Ritual)

예: 광선검 놀이, 포켓몬 교환

→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설계되어 있습니까?


□ 라이브러리 관리 시스템

Wookieepedia 같은 공식 아카이브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

→ 팬들이 설정을 추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위키'가 있습니까?


주민을 위한 축제를 열어라

우리가 세계관을 만들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이 '주민들을 위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타워즈의 신작이 나오면 팬들은 광선검을 들고 코스프레를 하고 극장에 모입니다. 그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우리가 이 세계의 주민이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즐기기 위해 모이는 것입니다.


그 축제의 장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광선검 쥐는 법을 알려줍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저 레이아 공주가 말이야..." 하며 이야기합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포켓몬 카드를 정리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세대가 섞이고, 문화가 전수됩니다.


여러분의 세계관에는 이런 장면이 있습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이거 진짜 재밌어, 너도 한번 들어와 봐"라고 권할 수 있는 '신용'이 흐르고 있습니까?


가족 라이브러리와 양립 가능한 콘텐츠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세계관은 반드시 '가족 라이브러리'와 양립 가능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권할 수 없는 것들

지금 당장 유행하는 자극적인 소재들을 생각해 봅시다.

학교 폭력 복수극, 불륜과 배신, 데스게임의 잔혹함, 막장 드라마의 증오.

이것들은 관광객을 모을 수는 있어도, 부모가 자식에게 권할 수는 없습니다.

"얘야, 아빠가 네 나이 때 정말 재밌게 봤던 건데... 음... 근데 너한테는 좀..."

이 망설임이 생기는 순간, 세대 계승은 실패합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로보캅도, 데드풀도, 오징어 게임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세대 계승을 목표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콘텐츠를 권할 때, 자신이 즐길 때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내가 봤을 때는 재밌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이 순간의 망설임이 세대 계승의 장벽입니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으려면, 부모가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필요합니다.


세대 계승이 가능한 콘텐츠의 조건

보편적인 가치: 우정, 용기, 희생, 사랑, 성장

안전한 즐거움: 폭력적이려 들지 않고, 선정적이려 들지 않으며, 중독을 목적하지 않음

명확한 선악: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도덕적 기준

다층적 재미: 어른은 은유를 즐기고, 아이는 표면을 즐김

새 세대를 위한 입구: 각 세대마다 자기 또래의 캐릭터가 있음


왕자와 공주를 위한 자리를 준비하라

세계관을 짓는다는 것은 지금의 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10년 뒤, 20년 뒤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의 손을 잡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세계. 그리고 그 자녀가 "나도 여기 살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세계.


그러려면 여러분의 세계관에는

어른을 위한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지루하지 않게)

아이를 위한 입구가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쉽게 들어올 수 있게)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세대 간 대화의 장)

스타워즈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광선검을 휘두를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포켓몬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포켓몬을 교환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세계에는 어떤 의식(Ritual)이 있습니까?

어떤 순간에 부모가 자식에게 "이제 너도 이 세계의 주민이야"라고 말하며 무언가를 건네줄 수 있습니까?

그 순간을 설계하십시오. 그것이 세대를 잇는 세계관의 비밀입니다.


문화 자본의 상속

부동산, 주식, 현금을 상속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문화 자본'의 상속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이야기, 노래, 세계관은 단순한 오락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족의 공통 언어

세대를 잇는 대화의 주제

추억이 담긴 감정의 보물창고

"아빠도 네 나이 때 이거 정말 좋아했어."

이 한마디가 주는 유대감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세계관을 짓는다는 것. 그것은 지금의 팬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 그리고 그 자녀의 자녀들까지 우리 세계의 주민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는 숭고한 작업입니다.

당신이 만드는 세계는 100년 후에도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만드는 세계관 라이브러리가 50년 후에도 확장 가능하려면, 핵심 키워드 클러스터를 견고하게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세대가 추가할 공간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스타워즈는 [제다이]라는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새로운 행성], [새로운 종족], [새로운 시대]를 계속 추가했습니다. 이것이 확장 가능한 라이브러리 설계의 비결입니다.


100년 뒤, 당신의 증손자가

100년 뒤, 당신의 증손자가 당신이 만든 세계의 이야기를 자기 자녀에게 들려주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걸 만드셨대."

당신이 심은 씨앗이 거대한 숲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 시점엔 세계관이 가문의 유산이 되어있겠죠.)

지금 당장은 작은 키워드 몇 개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키워드들이 50년, 100년 동안 세대를 건너뛰며 자라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닙니다. 한 문명의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제 구체적으로 그 세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호숫가의 집'이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하는 세계관 구축의 첫 걸음을 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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