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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이

by 백승권

어떤 노래 가사에 담긴 고백이

내가 하고 싶어 쓰려했던 것과

많이 닮았을 때 한참을 듣다가

다시 내 걸 적어


가사가 되지 않을 테니까

내 문장엔 음이 실리지 않아

피아노도 기타도 드럼도

바이올린 첼로 실로폰도 없어


음악이 아냐

들을 수 없어

흐르지 않고 마이크 없이

돌판 같은 여기에 그어진 채

젖은 낙엽처럼 시들어 썩을 거야


기능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


천장을 향한 인사 같은 것

노래가 아냐 연설도 아니고

퍼지지 않고 판단할 길 없어

아무도 모를 거야 그럴 일은 없어

안다 한들 바뀌지 않을 테니

모른다고 큰일 나는 건 없어


하지만 상상을 하게 돼


가느다란 선율과 함께

아무 말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사람들을

그들이 서로를 만나지 않을 때

어떤 생각으로 서로를 그리고 있었을지

끝내 말하지 못한 망설임은 어떤 건지


(사랑해요)


들려주지 못해 미안해

아마 영영 모를 거야

안다 해도 어쩌지 못해서

이렇게 선택하게 된 걸 이해해 줘요


내가 다 말하지 않은 걸

너는 다 듣지 못할 테니까


그 간격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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