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치고받는 우리, 한 번이라도 덜 싸우려면
만 6년. 만 6년 받고 9일 더. 딱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 나와 호떡은 부부가 되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오래 만났으면 어느 정도 모난 부분을 많이 가다듬고 서로 아귀가 맞아 들어줄 법도 한데 나와 호떡은 결혼 이후에도 ― 그리고 지금까지도 ― 맹렬하게 싸운다. 맹수가 따로 없다.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그냥 미안하다고 해봤다가, 영혼 없는 사과인 게 들통나서 한 바탕 더 화르르 끓어오르게 했다가, 어느 날은 엉엉 울기도 하고, 날 선 말만 냅다 가슴에 꽂아버리기도, 상처 받아 다시 훌쩍이기도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혼자 방구석에서 드라마를 찍어보기도 하고, 돌고 돌아 겨우겨우 화해에 성공하기도 해온 지난날들을 모아 책까지 쓰고 앉아 있는 판이니 어쩌면 내가 유별난 또라이일 수도 있겠다는 겸허한 생각이 든다.
분명 너무 좋아서 만났고,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너무 좋아서 만난 날이 만 6년을 넘겼는데! 우리는 도대체 왜! 그렇게 치고받고 싸워야만 속이 시원했을까. 내가 또라이라서? 나만 또라이라서? 아님 나 말고 걔만 또라이라서?라고 생각하기엔 집 밖에서 우리의 모습은 제법 멀쩡하다는 데 함정이 있다.
밖에서 나는 싫은 소리도 거절도 잘 못하는 대부분 소심하고 조용한 캐릭터이고, 호떡은 밖에서도 잘 지…, 아 아니, 밖에서도 할 말 다 시원시원하게 하는 딱 부러진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막돼먹은 성격은 아니다. 그럼 왜일까, 도대체 왜 우린 연애 때도, 부부가 된 지금도 이렇게 미친 듯이 싸우고야 마는 걸까. 고심 끝에 몇 가지 이유를 찾았다.
첫째, 기대가 실망을 불러서.
고등학교였나 중학교 때 배운 영어 구문을 소환해본다. The more 어쩌구, the more 어쩌구. 완결형으로 ‘The more you expect, the more you get disappointed’가 되겠다.
지하철에서 내게 어깨빵을 날리고 멀어지는 남에게는 일순간 짜증을 내더라도 실망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기대가 크게 없었던 말 그대로 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내가 사랑해온, 사랑으로 결혼을 약속한 반려자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그에 따른 나의 마음가짐도.
퇴근해서 집안을 둘러보는데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으면 짜증이 난다. 머리카락 좀 치워달라고 했는데 여전히 방을 어지럽힌 머리카락들이 정리되지 않고 남아있어도 짜증이 난다. 이런 각각의 사건들이 여러 차례 반복이 되면, 짜증은 실망으로 변모한다. 상대에게 내가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치워달라고 부탁했고, 말한 대로 해주리라 기대했으므로,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대의 행동은 기대의 크기만 한 실망으로 되돌아온다.
둘째, 서로를 아직도 몰라서.
동거를 오래 하고 결혼한다면 모를까, 사랑하는 나의 반려인은 나와 함께 살아본 경력이 짧은, 초짜 반려인이다. 물론 나도 그에게 초짜 반려인이고. 평균적으로 30년가량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집에 사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일이고, 그 적응은 둘 다에게 처음인 일이다. 양말 벗는 방법, 빨래를 하고 싶은 주기,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싶은 타이밍, 집안 청소를 하는 방식, 모든 것들에 있어 서로 부딪혀보지 않으면 서로의 방식을 알 수 없다. 흔히들 길게 여행을 한 번 다녀와보라고 하지만, 여행과 실제 생활은 비슷할 수는 있어도 엄밀히 다른 분야다.
만난 지 만 6년, 결혼하고도 만 3년을 훌쩍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내 옆의 반려자 호떡이 새롭다. (약소름포인트)
셋째, 예의 차리는 데 둔감해져서.
남으로 만나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기대하는 점이 많은 반려자가 되고, 가족이 된 나의 구남자친구는, 또 그의 구여자친구였던 나는, 서로에게 차렸던 예의를 조금씩 잊어버린다. 남이 아니기에 더 많이 기대하고, 남이 아니기에 내가 조금 더 무례해져도 나를 용인해줄 거라 기대한다는 면에서 첫째로 든 이유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내가 먹고 난 접시들을 호떡이 치워줘도 고맙다고 못하는 때가 많아진다. 내가 호떡의 허물들을 내가 곱게 치워놔도 마치 본인이 치운 것처럼 호떡은 때때로 아무런 감상도 없다. 서로를 배려한답시고 했던 소소한 일들이 고맙다는 인사 한 번 받지 못한 채로 켜켜이 쌓이면 마음 한 구석이 천천히 무너져 내린다.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른 뒤 그게 다 별 게 돼버린다.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
별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몇 가지를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그도 한때 내가 마음을 사고 싶어 하던 남이었음을 기억하는 것.
서로 따로 살아왔던 시간만큼 맞춰나가야 할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가족이 되었지만, 예의와 배려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꾸준히 깨닫는 것.
물론, 말이야 쉽다.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는 저희 부부(아내: 임우유, 남편: 호떡)의 싸움 이야기를 펴낸 독립출판물로 월/목요일 브런치판을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