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K 공항에서 뉴욕 시내로 들어가는 셔틀 예약을 잘 못 했다는 것을 뉴욕 도착해서 알았다. 도착일과 출발일 표기를 거꾸로 한 덕분이다.
'오늘 JFK 출국하는 분이시죠? 지금 어디 계신가요?'
맨해튼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인 리무진 운전사의 문자였다. 상황을 설명하고, 실수를 해서 죄송하다 양해를 구했다. 공항버스든 전철이든 짐을 끌고 뭐든 방법을 찾아야겠다 각오하고 있었는데, 운전사 분이 불편해도 괜찮다면 곧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리무진의 운전석 옆 자리에 타도 된다는 친절한 답을 보내주었다.
이 드넓은 뉴욕 공항에서 맨해튼까지 어떻게 들어가나 당황스러웠는데 살았다! 게다가 예약자 두 사람이 세관에서 걸려 나오지 못해 조수석이 아닌 일반 좌석이 났다. 기뻐할 일은 아닌데... 어쨌든 편안한 리무진을 타고 한국어로 소통하며 시내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나에게 행운의 천사였던 이 리무진과의 행운은 뉴욕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날 다시 한번 있었다.)
다행히 한인 리무진으로 잘 가나 했는데 또 실수를 했다. 40번가로 가는 셔틀을 타야 하는 것을 35번가 행을 탄 것이다. 그것도 셔틀 출발 후에 알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셔틀로 뉴욕 시내 손님들이 하나 둘 내리는 동안 한 시간이 족히 지났다. 처음엔 나의 어리숙함을 탓하고 있었는데 어라? 조금씩 구석구석 어쩌다 맨해튼 구경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골목골목 돌고 또 돌고. 그것도 어찌 보면 다행? 크리스마스에 들뜬 뉴욕 한 복판을 오가는 시티투어 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뭔가 문제 상황에서도 긍정적 합리화 자동실행 능력이 살면서 좋아지나 보다.
셔틀버스가 큰 가방 두 개와 나를 내려주고 떠난 후 나는 그곳이 바로 웅장한 타임스퀘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번쩍이는 전광판, 크리스마스 산타 모자를 쓴 머라이어 캐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캐럴, 크리스마스 전야의 백화점 거리와 오가는 시티버스, 브로드웨이의 번쩍이는 전광판과 금요일 오후 뉴욕인의 물결... 고개가 꺾일 정도의 고층 건물과 꽉 막힌 거리의 자동차 경적 소리. New York, New York을 흥얼거릴 때가 아니었다.
처음 깐 우버 어플로 겨우 택시를 만나 후배가 준 주소지로 찾아갔다. 팁을 포함하여 결제했는데도 운전사는 가방을 현관 앞에 달랑 내려놓고 가버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까지 가방 두 개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데, 뉴욕 답게 그 흔한 'May I help you?' 한번 없구나...
후배 가족의 배려로 묵게 된 뉴욕 집은 콜럼버스 서클, 어퍼 웨스트 위쪽에 있다. 센트럴 파크를 마주 보고 왼쪽 팔 부분이랄까. 조금 걸으면 콜럼비아 대학교가 나오니 학생들도 살고 있는 동네.
조금 뉴욕에 익숙해지면 후배가 권한대로 재클린 오나시스 저수지 한 바퀴 아침운동도 할 수 있겠다. Autumn in New York 영화에 나오는 듯한 고즈넉한 동네... 일단 고요해서 살 것 같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으로 한칸씩 가방을 끌어 올렸다. 3층에서 내려오던 건장한 사나이가 번쩍 가볍게 짐을 들어 올려준 것이 또 얼마나 행운인가. 뉴욕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앤티크 키를 돌려 아파트 문을 열었다. 힘든 공부를 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해 둔 대학생의 공간...
이곳이 20일 머물 홈 스위트 홈, 나의 집이다.
비로소 뉴욕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20231223
thanks to sw&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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