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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이, 오디오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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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3년간 오디오 전문 스타트업 N에서 출간클래스 코치로 일했다. 글을 혼자 쓰기 어려하는 분들이 글쓰기 코치의 도움을 받아 짧은 3-5쪽 정도의 에세이를 완성한 다음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플랫폼에 탑재하는 클래스였다.


늘 오디오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회사가 내놓는 이런저런 오디오 기획 상품들을 눈여겨보곤 했다.


2023년 봄 어버이날 광고가 떴다.

'이번 어버이날도 홍삼인가요? 부모님의 목소리를 영원히 간직하세요.'

'보이스폰트'라는 것이 막 나왔을 때다. 내 목소리로 수백 개의 문장을 읽어 녹음하면, AI가 그 목소리를 학습해서 내가 쓴 문장을 내 목소리로 읽어주는 기술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당시 나는 우리 어머니의 목소리를 영원히 가족들이 들을 수 있도록 저장해둘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1+1 이벤트를 하기에 내 목소리도 보이스 폰트로 만들어 두기로 했다. 내 아이가 이걸 원할지는 뭐 묻지 않고.


노인네 목소리가 뭐가 좋다고 폰트로 만든다는 거냐시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어머니 폰트를 완성한 다음 주, 나도 녹음실에 들어갔다. 몇백 개의 문장을 읽었다. 딱딱한 문장, 감정 있는 문장, 짧은 문장, 긴 문장. AI가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하게.


며칠 후, 내 보이스폰트가 완성되었다. 신나서 받아 들고 보이스 폰트 스튜디오 사이트로 들어갔다.


이 스튜디오에 들어가 문장을 타이핑하면 그 문장을 보이스 폰트로 생성할 수 있었다. 폰트를 만든 다른 사람들이 공개한 무료 폰트도 있어서 심심할 때면 앉아서 문장을 이런저런 사람들 목소리로 재생해 보며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 바쁜 일 핑계로 뭔가 만들어 보지는 못했다.


부산 겨울 바닷가에서 쓴 <오이> 스토리가 보이스폰트와 만난 것은 몇달 후인 여름이었다. 어느 날 강의 공지가 떴다. 플랫폼에서 보이스폰트로 오디오 콘텐츠 만들기. 음악 넣는 법, 효과음 쓰는 법까지 알려준다고 했다.

"오이를 내 목소리로 읽어서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겠네."

나는 신이 나서 클래스를 신청했다. 폰트 개발자와 사운드 엔지니어의 설명을 들으니 대충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보이스폰트 스튜디오에 들어가 <오이>의 첫 문장을 타이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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