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연습만이 살 길.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이지만.
새벽부터 알람이 온 집을 쩌렁쩌렁...
고사미가 어제저녁에 잠들면서
시험 전 마지막 토요일이니 혼자 시간 지켜서 풀모의고사를 보겠다고 한다. 괜히 시험 전에 무리하지 말고 시험결과가 신경 쓰일 수 있으니 잘 생각해서 정리하라고 했다.
7시 반쯤 일어나서 대충 아침 먹고 시험지를 챙겨서 나갔다.
"그래. 이왕 하기로 한 거. 시간 잘 지켜서 차분히 잘 마무리하고 와. "
"잘하고 올게요. 엄마 내가 계속 전화할게요."
'아니. 전화하지 마. 안 해도 된다고오오.'
"엄마! 나 1교시 끝났어. 엄마 문제가 쉬웠나 봐. 나 점수 괜찮았는데, 90점 넘었는데, 1등급 컷 겨우 맞췄네. 잘했지?!"
"엄마! 나 2교시 끝났어. 수학은 잘 봤어요. 오답도 끝내고 전화한 거야. 점심은 빨리 먹어야 하니까 햄버거 먹으려고.."
"고사미야. 너 시험장에서는 이렇게 전화 못 해. 전화하지 마. 안 해도 된다고오. 그리고 채점 바로 안 해도 된다고. 점수도 말 안 해줘도 된다고오.."
"아.. 그럼 전화하지 말까요? 영어랑 탐구 봐야 하는데... 다 끝나고 전화할게요. 저녁 먹을 때... "
"그래그래. 저녁 먹을 때 해."
오전 내내 둘째 아이 과외가 있고 오후에 연습실 가야 해서 데려다주면서 남편이랑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려고 나섰다. 7시쯤 되었나. 저녁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고사미에게 연락이 없다.
"고사미가 오후시험은 못봤나부다야. 연락이 없잖어. 허허허"
"그러게 이 까불이가 잠잠하네."
남편과 조용한 고사미 얘기를 하며 웃는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엄마! 내가 전화랑 아이패드를 다 사물함에 넣어두고 시험 보느라 연락을 못했어요. 시험 다 봤고 오답하고 연락하는 거예요. 3교시는...... 어쩌고저쩌고....."
밥 먹고 정리 좀 더 하고 들어온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늘 밝고 명랑하고, 뒤끝 없고! 감정회복이 빨라서 노여움도 안 타고 뭐... 성격 좋은 아이다.
그런데 너무 아이가 밝고 명랑하기만 해서 차분하지 못한 부분이 좀 아쉬웠다. 좀만 더 차분했으면 뭐가 돼도 되는 건데... 허허.
그래도 좀 컸다고.
지 인생이라고.
조금씩 조금씩 일구어나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그래. 뭐가 돼도 되니까.
가장 너답게 네가 잘 할 수 있는 거 찾아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