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잘하고와!
드디어 수험표 수령.
궁금했던 시험장소와 자리확인도 했고,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마지막 준비물 점검과 주의사항을 전달해 주셨다.
작년 시험장소가 멀었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상시간이 이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집에서 10분 내외 거리의 학교라서 30분은 더 잘 수 있겠다. 고사미는 시험장소와 수험번호로 알 수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는 바로 전화해서 마음에 든다며,
"엄마 다행이에요. 느낌이 좋아요!" 한다.
학교도 바로 옆학교라 잘 아는 곳이고 축제 때 교내도 들어가 봤던 곳이라며 굳이 다녀오지 않고 내일 아침 좀 일찍 가겠다며 바로 스카로 가겠다고 한다.
마침 학교 앞을 지나던 길이어서 고사미를 바로 만나 수험표와 안내사항이 적힌 종이를 받고 아이를 태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학교 앞으로 가볼까? 정문이 이쪽이구나. 내일 너를 여기쯤에 내려주면 되겠네."
고사미는 옆자리에 앉아 창문밖을 내다보며
"아. 진짜 내일이구나.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버리다니. 엄마. 진짜 내일이에요. 며칠 더 있었으면...."
"거 봐. 엄마가 너 시험 전 날 3일만 더 있으면... 그런 말 나오지 않게 잘 마무리하라 그랬지? 그 말이 저절로 나올 거라고 했지? "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더 필요 없어요. 취소취소! 그냥 진짜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실감이 안 나서 그래요. 진짜 진짜."
"알았어. 그래 너 열심히 잘 마무리하고 있는 거 알아. 엄마말은 아무리 잘 준비했어도 사실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어. 대부분의 친구들은 다 너처럼 생각하고 있을 거야.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잘 정리하고 집에 일찍 와. "
고사미를 스카에 내려주고 집에 왔다.
졸업사진 겸 원서사진으로 학교에서 찍은 증명사진 속 아이는 불과 3ㅡ4개월 전인데 앳되보이는 건 그냥 느낌인 건가?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 비할 수는 없지만, 놀고 싶은 거 참고, 눕고 싶은 거 참고,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지낸 지난 몇 개월 동안 철없는 고딩녀석, 훌쩍 커 보이는 것도 그냥 느낌이겠지?
'그래. 이 녀석아.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란다.'
학교에서는 후배들이 수능출정식을 해줬단다.
요즘 각 학교들마다 개성 있게 선배님들을 응원하는 출정식을 해준다더니, 고사미의 학교에서도 1.2학년 후배들이 힘나는 이벤트를 해 주었나 보다.
쑥스러웠지만, 재미있었고 추운 날 애써준 후배들이 귀여웠단다.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줄 때 라디오를 듣는데, 라디오에서는 내일 수능 보는 이야기, 수능응원곡,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위로와 조언이 넘친다. 사실 고3학부모가 아니라면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인데, K학부모라면, 또는 수능을 봤던(혹은 사회로 첫발을 내딛던 그 순간을 겪었던) 어른들이라면,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거나 앞으로 닥칠 내 자녀의 입시를 떠올리며 한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켜봐 준다. 참 고마운 일이다.
'잘하고와.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네 힘 닿는데까지!
엄마아빠는 네가 이만큼 자라서 시험을 치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벅차.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기쁨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길. 그리고 앞으로 '아무거나'가 되기 위해 너에게 집중할 수 있기를 늘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