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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다시 채우다!

by Anne

고3엄마 졸업하고.

딱 일주일 쉬었다.


역대급난이도에 우리 집 고사미도 크게 흔들려버리고 말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하고 하루하루 추슬러가며 잘 보내고 있다.


아니 너무 잘 놀고 계신다.

'내일이 시험인데 어디 간 거니? 너는?'


나도 심란했던 마음 추스르고 다시 새롭게 내 생활을 정비하고 싶어서 지난 일주일간 브런치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쓰다 보면 너무 시간이 후딱 가버려서 부러 들어오지 않고 지내보았다.



아들방 산더미같이 쌓인 문제집과 프린트를 내 다 버리고.

묵은 먼지도 좀 털어내고.

옷장과 서랍장을 탈탈 털어 작아진 옷, 안 입는 옷,

내년에 입을 일 없는 학교 여름교복,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바지, 목이 늘어난 라운드 티셔츠...


아들과 둘이 이사 나갈 것처럼 방에 있는 물건을 죄 쏟아내고 정리하고 나니 좀 개운하다.


깔끔 떠는 아들 녀석이라

책상서랍 안 쓰는 문구류까지 싹 다 꺼내 정리하더니

청소기랑 물걸레로 깨끗하게 청소하며 마무리를 한다.


날은 쌀쌀한데, 창문 활짝 열고 구석구석 치우고 나니 저도 좋은가보다.


"엄마. 이상하네... 뭔가 허무하고... 안 끝날 것 같은 시간이었는데, 막상 끝이 나니 허전하고 이상해..."


'그러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라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라고 내가 백 번 천 번 얘기했잖니..... '


두 번의 주말을 보내면서 밤늦게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일상을 살아본 지가 얼마만인지.

토요일 점심에 다 같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어본 지가 얼마만인지...

외식 후 간단한 쇼핑을 하고 카페에 앉아 넷이 맛있는 조각케이크를 먹어 본 적은 또 얼마만인지...


소소한 일상을 살며 며칠 잘 지내다 왔다.


사실 보고 싶은 작가님 글도 많았고 매일 들어와 글을 쓰고 보고 댓글로 안부를 묻고 응원을 받던 일상이 그립기도 했다.

오늘부터 다시 브런치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밀린 글도 읽고 다시 열심을 내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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