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헤엄칠 물, 내가 고르기
남편과 만난지 3주년을 기념하는 점심, 둘 다 저녁을 3-4시 쯤 일찍 먹고, 식당들의 저녁보다는 점심 메뉴 가성비가 더 좋아 일부러 점심 외식으로 계획한다. 싱가포르 동쪽 지역을 구글맵으로 보다가 평점 높은 오마카세집을 발견해 여기로 향했다.
쇼핑몰 안에 있는 식당이라 공간은 좀 협소했지만 점심인데도 2자리를 빼놓고 만석이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가성비를 찾은 곳인 듯 했다.
중상 정도의 경험! 가성비도 있고, 나쁘지 않은 구성이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앞으로 싱가포르에서 스시가 먹고 싶을 땐, 스시로(회전초밥집)에서 먹고, 이런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은 한국이나 일본가서 하자'고 이야기했다. 한식/일식 요리의 맛과 경험 대비 가격은 음식에 진심인 한국과 일본을 따라올 곳이 없다. 당연한 것이지만.... 다시 한번 체감합니다... 또르르.
잘 먹기 위해서는 운동도 열심히, 이 무게로 걸어놓고 풀업을 하고 있다. 등/어깨 근육아 솟아나라!
친구 니콜라가 직장을 그만뒀다. 글로벌 에너지 회사에서 신재생에너지 자산에 투자하는 일을 하다가, 더 이상 이 자리에서 성장할 길이 보이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보통은 다음 직장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면 직장을 그만둘텐데, 니콜라는 오히려 공백의 시간을 가지면서 찬찬히 다음 직장을 알아보고 싶어 결단이 서자마자 바로 그만뒀단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2주 정도 싱가폴에서 더 머물다가 지난주에 프랑스로 돌아갔다.
이제는 자산에 투자하는 추상적인 일 보다는 실제로 산업계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투자/컨설팅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이다. 자산가치나 비즈니스 전략을 검토하는 일만 하다보면, 실제로 실행하는 일에 대한 그리움이 생긴다고. 기후 문제, 인연, 철학, 계획, AI, 기술,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나눌 수 있는 친구여서 좋았는데. FOMO, fear of missing out - 번역하면, 남들에게 뒤쳐질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하나도 없는 니콜라는 그렇게 쿨하게, 나와 당분간 싱가폴에서는 마지막일 커피챗을 하고 떠났다. 아시아에 머물고 싶어서 아시아쪽 산업계 회사들을 알아보고 있다는 그. 금방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위에 귀여운 토끼무늬 라떼아트를 만들어준 카페는 여기로 추천할만하다! 커피맛이 아주 좋았다.
가지가 너무 맛있는 요즘이다. 가지를 넣어서 해먹은 토마토 파스타. 에어프라이어에 가지를 따로 먼저 구워 바삭하게 한 뒤, 파스타에 넣어 식감을 살렸다.
집에 있던 메밀면, 낫또, 토마토, 얌(마), 오이, 컬리플라워 피클을 넣고, 쯔유, 식초로 간을 해서 냉소바를 만들었다.
양파 피클 식초물에 설탕이 조금 들어가 있어서, 간도 맞출 겸 넣어서 먹어봤더니 쯔유와 합이 좋았다. 상큼하니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깨끗하게 접시 다 비움
이것만 먹은 것은 아니고,
연어에 일본 미소 한 스푼, 마요네즈 한 스푼을 발라 구워 먹었다. 간이 조금 세서, 다음번엔 반스푼씩 넣어봐야겠다.
마트에서 옥수수 4개에 2.5불(2천5백원)에 팔고 있어 업어와서 잘 삶아먹고 있다. 소금, 설탕 없이 그냥 삶아도 달달하니 맛있다.
얼마전에 해먹고 얼려놨던 함박스테이크 남은 패티를 구워, 양배추를 올리고 가쓰오부시를 뿌려 나름 오꼬노미야끼처럼 해봤다. 소스를 따로 만들지 않아서 그런지, 오꼬노미야끼 느낌은 별로 안났다.
어느날 먹은 건강한 아침, 요새는 요거트 대신 집에서 만든 키퍼(Kefir)에 미리 삶아둔 렌틸, 병아리콩, 견과류를 넣어서 먹는다.
주말에 만난 싱가포리안 친구 TK.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으로 대학을 간 뒤 미국/홍콩/중국에서 근무를 하다 3년 전 가족의 사정으로 싱가포르에 다시 돌아왔다. 싱가포르 정부 장학금을 받으면 대학교 졸업 후에 싱가포르에 다시 돌아와 정부 기관에서 몇 년 정도 근무를 해야하는 의무 기간이 있다. 이 친구는 미국에 계속 남아 있고 싶어 받았던 장학금을 본인이 다 갚았다고 한다. 해외에서 15년 넘게 지내다, 지금은 다시 싱가포르에 돌아온지 3년이 되어가지만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노리고 있다고.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온 나에게 싱가폴은 다양한 사람들, 오픈 마인드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해방감이 느껴지는 장소였지만, 싱가포르에 있다가 미국에 간 친구는 미국이 그런 해방감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모든건 다 상대적이고, 어디에 벤치마크, 기준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크게 실감했다. 실제로 싱가폴 친구들이 싱가폴 사회와 싱가폴 사람들에 대해서 묘사하는걸 들으면, 내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젠더 갈등, 물질 만능주의, 사회적인 성공에 대한 갈망, 부동산을 통한 부 축적,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 등...
한국, 싱가포르 두 국가 모두 2차 대전 이후에 천연자원도 없이 가난한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내서 홍콩,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다. 대학교를 가기만 하면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고, input을 넣으면 output이 나오는 반세기를 경험한 탓에, 물질적인 부 축적과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며, 국가가 힘들었던 탓에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느정도 감수되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도 가지고 있다.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개개인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관심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씩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도 변해가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믿고 가면 된다고.
소셜미디어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들의 편집된 모습을 비교하고, 나는 모자라니 소비를 해서 채워야한다고 광고하는 매체에 둘러쌓여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불안하고 우울하다. 이걸 바꾸고 싶다면 내 환경을 바꾸면 된다. 비교 없이, 나를 믿고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BGM: 바밍타이거 - Trust Yourself)
내가 헤엄치는 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꼭 물리적인 환경을 옮겨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발전된 기술이 나를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게끔, 내가 그 기술을 내 목적을 위해 도구로 이용하면 된다.
친구집에서 수다떨며 맛있게 먹은 주말 점심. 나는 집에서 안성재 레시피의 계란 김밥, 그리고 양배추와 매운 돼지고기 볶음을 넣은 김밥을 말아갔고 (양배추/돼지고기 매운 김밥이 더 맛있었다), 친구는 아롱사태가 들어간 맛있는 미역국과 치킨을 준비했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싱가폴로 넘어와 서로의 다사다난한 20대 시절을 함께 지켜봐왔다. 어느새 그녀는 건강한 아들을 둔 워킹맘이 됐고, 거래처와 점심/저녁 약속으로 매일 밖이었던 나는 재택근무하고 요리하는 집순이가 됐다. 이런 친구가 있기에 타국에서 마음을 붙이고 살 수 있었다. 앞으로 또 우리 삶의 모습이 변하겠지. 같이 싱가포르에서 계속 서로를 지켜봐주며 오래 지내면 좋겠다.
중동식 치킨요리, 파프리카 페이스트/큐민/강황가루/오레가노/후추와 레몬즙, 치킨스톡을 넣고 만든 중동식 치킨요리. 한국식 닭도리탕은 매우면서 달달한 느낌이고, 일본식은 간장맛이 나면서 달달한데, 중동식은 향신료 맛과 레몬의 신맛이 어우러져서 기분상 더 건강한 느낌이다. 감자와 소스를 머금은 브로콜리가 너무 맛있었다.
레시피는 여기를 참조했다.
운동, 골프 연습도 틈틈히, 골프는 알듯말듯하다.
찜기에 좋아하는 야채인 배추, 여주와 함께 샤브샤브용 소고기를 쪄서 폰즈소스와 참기름을 넣어 만든 소스에 찍어먹었다. 여주의 쌉싸름한 맛과 배추의 달큰한 맛이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