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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과 만난 지 3년

지난 3년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나

by 파일럿


지난 8월 3일, 남편과 만난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과 만나기 한 달 전인 2022년 7월의 나는 프랑스/미국에서 1년 동안의 대학원 생활을 막 마치고 싱가폴로 돌아왔다. 내가 갔던 대학원은 싱가포르에도 캠퍼스가 있었지만, 아시아가 아닌 국가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서 일부러 프랑스, 그리고 미국에서 한 학기를 보내는 과정을 선택했다.





IMG_4635.JPEG?type=w966 학교에서 일부러 한 클래스에 특정 국가나 인종이 다수가 되지 않게끔 신경써서 클래스를 구성한다.




IMG_3010.JPEG?type=w966 가면 무도회


IMG_6264.JPEG?type=w966 미국 독립기념일, 청바지가 드레스코드였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도 싱가포르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서양인을 만나긴 했지만, 마음을 터놓는 친구나 연인 관계의 서양인은 없었다.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느껴져 마음의 벽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양성을 중시하는 학교에 들어간 덕분에 대학원 생활 동안 국가, 인종, 문화, 종교, 학벌, 집안 등에서 천차만별의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1년 동안 과제도 하고 부대끼고 놀면서 아무리 겉모습이 달라도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 라는걸 몸소 체험했다.




그 후 돌아온 싱가폴에서 파란 눈의 남편을 데이팅앱을 통해 만났다. 예전 같았으면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한번 만나보지 뭐' 하고 나간 점심 약속에서 우리의 역사가 시작됐다.




IMG_5958.JPEG?type=w966 한국 음식 한국 문화 좋아요




남편은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 (Not giving a fuck about what other people think)" 라는 문장이 인간화된 사람으로, 무언의 사회적인 압박이 많은 한국과 같은 고맥락 사회에서 자란 나에게 그의 삶의 방식은 너무나 신선하고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연애 초기에 남편을 보며, 저렇게 반사회적이어도 된다고? 저렇게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저렇게 살아도 된다고? 라는 질문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는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성격의 장점은 마음만 먹으면 '변화'가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본인을 억압하는 환경에 있으면 본인의 색깔보다는 사회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지난 3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가 사는 곳, 직장, 생활 습관, 성격, 가치관, 세계관, 가족들과의 관계 등.




물론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해서 일어난 변화지만, 남편이 '사회', '사람들의 시선' 이라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규칙들을 내 세상에서 걷어준 덕분에, 나는 다양한 면에서 더 많이 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든다.





생각의 변화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 느끼는 마음은, 내가 부모님에게 느끼는 마음의 10배, 100배는 되는 정도의 진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도.



IMG_5328.JPEG?type=w966 소녀같은 우리 엄마




내 가치는 쓸모나 효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 자체에 있다. 그러니 내가 하고싶은 것을 추구하기.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들을 나도 보살펴줄 것. 그리고 그들이 힘들때 힘이 되어주기.


의무감에 해야하는 것은 없음.


나를 먼저 챙기고, 그 다음 남는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챙긴다. = 넘치는 물로 다른 사람들을 챙겨준다.


건강이 최우선, 매일 운동과 수면의 질을 확보하는 것. 2달 전부터 술을 끊었다.





IMG_6558.JPEG?type=w966 헬스장에서 우연히 만남




삶의 모든 면에서, 양보다 질을 더 추구하게 된 것. Quality over quantity in all aspects of life. 사람들을 훨씬 적게 만난다. 과거엔 넓고 얕게 만났다면, 지금은 좁고 깊게. 내 시간의 가치. 예전엔 무조건 금전적으로 아끼거나 절약하는 방식으로 생각했다면 (Scarcity mindset), 지금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둔다.


Input doesn't always correlates with output. 일을 오래 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음식과 가졌던 강박적인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혼자 있을때 많이 먹는 것 등.


언어를 넘어선 것들이 있다. 언어를 넘어선 의도. 그리고 그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관계에서 중요하다.


거울 효과. "남편-나"의 관계가 "나-엄마"의 관계와 비슷할 때가 있다. 특히 건강, 운동 등에 대해서.





남편에게 고마운 것들



가족들 관련된 일로 힘들어할 때 옆에서 지원해주는 것. 우리 가족이 있기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때 옆에서 나를 도닥여주고 이해해주는 것. 감정적인 순간에 내가 하는 행동과 말로 나를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에 어떤 숨은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이해해주는 것. He doesn't judge me by my behaviours on the spot, he tries to understand me where I'm coming from - whether it's from childhood trauma and understands it's temporary.


내가 변화하려 하지 않고,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려고 할 때. 내 권리를 잘 주장하지 않을때, 나에게 상황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말해주고, 변화/권리 주장을 지지해주는 것. When he was very adamant about me changing my situation. People naturally tend to stick to what they've been doing because it's easy to just follow your inertia. But he saw that I was struggling and troubled, and he told me to make a change/switch that I didn't thinnk it was possible at the time.






아래는 같이 3주년을 기념하며 밥먹으며 이야기해본 것들 기억하게 노트.



How has your daily routine or priorities shifted from three years ago? Now gym/sleep the first thing in the morning.


What's something you care about now that wasn't even on your radar back then? quiet-alone time. reading book and thinking about concept, idea speding morning with listening to podcast + gym


What habit or perspective did you pick up from your partner without realizing it? I should take care of myself first, before taking care of others.


How has your partner's way of handling stress/conflict rubbed off on you? Drama-avoidant


How have your fights changed - what you argue about, how you argue, how you make up? it's not about contents, it's about the delivery we now try to acknowledge each other's feeling before we make our own point.


How has your timeline for life stuff (kids, career moves, big purchases) shifted? became much more practical and pragmatic about my spending. Especially luxury goods. Most of my spending is about book, experiences, subscriptions (yoga-book), food. Clothes, accessories dropped significantly - I didn't spend much back from the beginning but now even more.


What's one way you want to keep growing that your partner could support? I'd like to continue to read, think and write. My relationship with food - or feeling accepted. I still have this idea that certain behaviours I have are not accepted by the society, so I hide and cave in. I want to embrace who I am, and IT'S OK






SE-46a60f7a-cd6c-4515-ace6-3bb90fd77dc0.jpg?type=w966 데이트하던 첫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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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남편, 앞으로 계속 사이 좋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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