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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Oct 17. 2022

10월 16일 최은경의 하루

인테리어

몇 해 전 운이 좋아서 산 집을 새롭게 인테리어 하기로 했다.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가는 것을 원했지만 워낙 집값이 많이 올라 가진 것에 만족하자는 심정으로 집을 수리하기로 한 것이었다. 몇 달 동안 남편과 상의하면서 서로 원하는 집의 분위기를 맞췄다. 다행히 둘의 성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서로 심플한 것을 원했기 때문에 너무 멋을 부리지 않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로 시공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서로 직장이 있었기에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발품을 팔고 다녔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있어서 둘 다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떤 업체를 고르는 것이 좋을지, 어디까지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최근에 인테리어를 한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그들에게 조언을 받았다. 그들과 이야기했지만 대단한 인사이트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각자 사는 곳도 경제 사정도 원하는 것도 달랐기 때문에 결국 내가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부분 수리가 아닌 올수리를 해야 했기에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이것저것 좋은 것을 붙이다 보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가격이 괜찮은 업체를 선택하다 보면 과연 이들이 잘 시공해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 것이 많아지다 보니 그냥 인테리어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원래는 각 공정마다 괜찮은 업체를 선정해서 공사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렸고 예산도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수많은 업체를 남편과 내가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이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전체적으로 총괄해줄 수 있는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그 이후 업체를 계속해서 만났다. 

업체는 현재까지 4군데와 이야기했다. 첫 번째 업체는 우리 아파트를 많이 다룬 적이 있는 곳이었다. 아파트의 특성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레퍼런스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집과 동일한 구조인 곳의 사례를 살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인테리어의 방향성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진지하게 이 업체를 선택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며칠 동안 이야기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포기하게 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원하는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자기들이 계약된 다른 곳이 있어서 꼭 그곳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업체의 방침 때문이었다. 결국 이런저런 일로 업체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 찾은 업체는 내가 발품을 팔아서 알아낸 곳이었다. 여기저기서 확인한 후기도 괜찮아서 신뢰를 가지고 만났지만 견적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너무 불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것을 보고 빠르게 포기했다. 

세 번째로 찾은 업체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빠르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매장에서 실물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내가 생각하던 인테리어와 다른 것을 제시했지만 그들이 이야기한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견적이었다. 상담을 받기 전에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기업에서 하는 것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프리미엄이 붙는 것 같았다. 상담하는 직원 분은 견적이 비싼 대신 이런저런 옵션을 추가해주겠다고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비싼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친구가 추천한 곳이었다. 상당히 불친절해 보이는 인상의 직원분과 이야기했는데 의외로 이야기를 해보니 괜찮은 곳이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대부분 맞춰줄 수 있는 곳이었다. 전기에 대해서도 잘 알다 보니 콘센트가 부족한 우리 집의 도면과 예상되는 가구 배치를 듣고 나서는 정말 좋은 조언도 해주셨다. 최종 견적도 아주 마음에 들어서 이 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오늘은 남편과 그동안 만났던 업체에 대해서 서로 리뷰를 하고 어떤 곳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했다.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비싸더라도 기업에 맡기는 것을 선호했고 나는 친구가 진행했던 업체를 하고 싶었다. 오랫동안의 논의 끝에 결국 내가 진행하고 싶은 업체를 선택하기로 했다. 대신 예산을 세이브한 만큼 가구나 필수 가전을 조금 더 괜찮은 것을 고르기로 했다. 결국 우리가 맨 처음 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보다는 예산이 더 초과되기는 했지만 몇 년도 아니고 10년 이상을 살 것 같은 집이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 예산을 쓰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남편보다는 내가 업체와 이야기하고 컨트롤하는 것을 잘했기에 내일 내가 업체에 연락하기로 했다. 업체를 선택하는 것까지만 해도 수개월은 걸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괜찮은 곳을 고르기는 했지만 막상 공사에 들어가면 스트레스받는 일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집주인이 감시하지 않으면 대충 하는 곳들도 있다고 하니 내가 몇 번은 휴가를 내고 공사를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도 같다. 휴우…. 부디 잘 마무리되어서 우리가 꿈꾸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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