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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은 노력의 원동력

by 자유민

난 어릴 때부터 특별히 무언가에 잘하는 것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제일 어려웠던 것이 '특기'를 적는 란이었다. 공부도, 운동도, 게임도, 예체능에서도 뭔가 딱히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없었다. 부모님은 '어릴 땐 놀아야 한다'라는 철학 아래 지역의 나름 학군지였지만 억지로 학원에 보내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성적도 늘 뒤에서 1,2등이었고 오죽하면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께 '이렇게 키우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도 들으셨다. 나중엔 내가 어머니에게 입시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남들은 다 한 번씩 받아보는 상장 한번 받아본 적 없어 남몰래 울었던 기억도 있다. 상장 한번 못 받아보고 공부도 못하고 운동을 좋아하지만 아주 잘하는 게 아니다 보니 열등감과 미래가 걱정되어 울었던 것 같다. 당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일기 쓰기를 아주 중시하셨고 일기를 성실히 쓰면 상을 주었다. 이건 내가 뭘 잘할 필요도 없이 일기만 꾸준히 쓰면 받을 수 있는 상이 었다. 그래서 일기만큼은 정말 열심히 써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도 남들보다 공부를 조금 늦게 시작하였고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로 진학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취업 전 인턴을 위해 20대 중반에 처음 상경했다. 상경하여 처음 느꼈던 것은 내가 여태 살았던 세상은 정말 말 그대로 우물 안이었다는 것이다. 세상엔 잘난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인턴 때 함께 일하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국내/외 명문대 출신이었고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계셨다. 그리고 같은 인턴 중에서도 빅테크 등 쟁쟁한 기업에 취직하신 분들도 많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졸업을 하고 취직을 했는데 나름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은 회사이지만 흔히 말하는 네임밸류가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돌아보면 난 늘 '애매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았다. 물론 만족은 상대적이라지만 외부에서 평가하는 기준으로 보면 학교도, 회사도 아주 좋지도 나쁘지 않은 그런 곳을 다녔다. 여전히 나는 뭔가 딱히 뭐에 특화되어 남들보다 잘하는 건 없다. 집도 아주 잘 살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게 자란 것도 아니다. 늘 평균 언저리에 머무르는 인생이다. 그러나 이런 애매한 나의 삶이 싫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나 감사하다.


'애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겸손해졌던 것 같다. 특히 뭔가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기에 성실함을 무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 난 잘하는 게 없기에 성실하게라도 살아야겠다며 맡은 계단 청소를 각진 모서리 구석까지 열심히 청소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여전히 난 잘난 게 없는 사람이라 글도 쓰고, 영어 회화도 이제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까지 계속하고 있다. 남들이 알아주는 회사가 아니기에 맡은 업무에서 더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보여줄 울타리가 없기에 나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풍요의 역설 혹은 자원의 저주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천연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국가들이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를 가지는 역설을 의미한다. 어쩌면 이는 국가에서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 든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계속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함은 노력의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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