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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끔 일지

근황. 긴 혼잣말

by 유유일








25년도엔 브런치에 글을 자주 쓰진 못했지만- (정말로 잠시 잊고 있을 만큼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였다.) 새삼 올해를 돌아보면 약간의 방황의 시간을 갖긴 했었다. (그 뭐랄까 과도기적인 부분도 있고) 봄이 오기 전부터 봄을 기다리며 따릉이를 타고 좋아하는 길을 달리고는 따뜻해지면서 그 길 끝에서 가지고 갔던 책을 20분 정도 읽고 1시간 안에 따릉이를 반납하는 일에 ㅃㅏ져서 휴일엔 꼭 그 루틴을 행하고 싶어 두근하는 상태였다. 그즈음에 웨이브투어스의 노래에 빠져 무한 반복하며 이어폰을 한쪽만 꼽고 따릉이를 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일이 너무나 행복했었다. 설레는 마음을 선물해준 웨이브투어스의 곡들. 그리고 책으로는 작년 겨울부터 한병철 저자에 빠져서 그가 쓴 철학서를 골라 읽으며 감탄에 감탄, 충격을 받고는 필사를 하거나 다 읽은 책은 중고책방을 뒤져서 손에 넣고는 했었다. 지금도 그 일은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세상에 대한 현시대의 살아있는 철학적 접근. 그의 책은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머릿 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처음엔 무조건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에 대해 말로 설명하려면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 두번정도 읽어야 비로소 짧게나마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곤 지금은 말보다 그저 세상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








아, 그러니까 봄부터 쭈욱 나는 스마트폰과 인스타로부터 벗어나고자 탈인스타 운동을 시작했고 그만큼의 시간은 고스란히 오프라인 속 활동으로 이사오게 된다. 뜨개질에 중독되거나 블로그에 비공개 일기를 길고 길게 적거나 매일 가지고 다니는 작은 다이어리엔 짧은 글들을 이따금 적는다. 혼자 카페에 앉아 뭔가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 집중하는 것은 그 작은 다이어리를 뒤적이고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인스타를 완전히 벗어난다는 목표는 아니었다. 그저 한 달에 한 번 정도라거나 게으르게 할 수 있게 되길 바랬다. 그리고 잘 이룬것도 같다. 훨씬 마음이 충만해지고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름부터는 친구와 함께 완성한 다이어리를 사랑하게 되며 더 큰 그림을 그려보았다. 텀블벅도 해보고 다른 다이어리 물품도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내가 만들고 디자인하는 것의 중심에 있는 고민, 꼭 필요한지,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만들고자 했다. 계획, 샘플을 직접 손으로 만들고, 페이지 작업, 사진, 영상촬영 등을 마쳤다. 그리고 9월 동안은 텀블벅에 프레젠테이션 글을 썼다 지우고 수정을 53번은 했던 것 같다. 아주 상세한 글을 적었기 때문에 따로 내 브런치나, 블로그에 다시 소개하는 글을 적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없다. 텀블벅이 끝나고 아카이빙 차원으로 옮겨오긴 할 거 같다... 지금은 함께한 포비의 블로그에 나보다 더 따듯하고 상세한 만들기 과정이 기록되어 있으니 나는 그것을 읽는 것으로 매우 만족했고 다른 사람들께도 그 글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4월부터 -한여름 그리고 지금까지 옛 일본 가수의 노래에 빠져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고- 플리를 만들어 유튭에도 올리고- 늘 그렇듯 내가 좋아하는 쓸대없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고 있다. 그 플리는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인들이 매우 많이 들어주었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덕력을 뽐내며 한 껏 망상에 즐긴 그의 노래들. 그리고 그시절 무드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만화 '메종일각'도 추천. 멍청이로만 보였던 주인공 고다이가 점차 설레는 남자로 변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도 변한다. 개그 꽁트에서 멜로 드라마 같아진달까. 옛날 만화 특유의 무엇 무엇들이 쌀쌀한 공기 속의 포근한 머플러 같은 느낌을 주었다. 후...


그밖에 스쳐지나가며 금방 사그라진 이슈들도 참 많았고 그런 이슈들 속에서 고민하며 무진장 바쁜 해를 보낸 것 같다. 10월엔 동네 사랑방의 마켓 준비와 연말 큰 이슈 워크샵 준비 등으로 다시 분주할 계획. 돈은 못 벌지만 늘 세상 제일 바쁜 사람이... 나. 그리고 내 주변엔 왜이리 많은건지. 하ㅏㅎ핳


내 브런치를 누가 볼까? 사실 알 수 없어서 편히 글을 쓰고 뭔가를 올린다. 자기만족과 알지 못하는 사람한테 닿게 된 미지의 확률이 좋았을 뿐. 늘 그렇듯 포부나 목적-이를테면 출판을 한다거나. 그렇지 못한 인간이다. 그렇게 되는 순간 자유로움은 사라진다. 나는 J형 인간이지만 편안함이나 자유로움 속에 있고자 할 땐 틀이나 형식, 정돈을 피한다. 처음엔 맘껏 확장한 후, 나중에 주섬 주섬 정리를 하는 타입이랄까. 다만 일에 대해서라면 계획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로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거나 실망을 하거나 무능력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반작용인지 반대쪽에선 한 없이 자유로운 상태를 원하곤한다. 이를테면 이렇게 목적없는 긴 글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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