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개꽃철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설화 Jul 04. 2017

조형미술과 자연의 관계를 읽고...

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제프 셸링의.

작품은 형태를 넘어서 있고, 그것은 본질이요 보편자이며, 내재하는 자연정신을 보는 것이자 그 표현인 것입니다. [셸링 – 조형미술과 자연의 관계] 



 셸링의 강연서, [조형미술과 자연의 관계]는 빙켈만의 예술이론에 대한 비판으로, 자연과 조형미술의 관계, 즉, 개념과 형태의 화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예술, 그 중에서도 조형예술을 자연을 향한 모방으로 규정하는 셸링은 기존의 철학은 자연 속에 내재된 ‘그 자체로 살아있는 힘’을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예술을 대하는 그의 입장인 데, -모방된 대상은 변했으나, 모방은 남았다.- 이처럼 자연의 본질을 파악하는 게 실패한 상황에서 오로지 모방된 형태, 혹은 본질을 숨긴 폐쇄적인 자연의 성질을 꿰뚫어보지 못한 채 제약자에서 무제약자를 향한 역행적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서는 셸링의 ‘신적인 것’을 향한 광적인 신뢰와 만물의 창조의 정신을 안고있는 자연을 향한 다소 의존적인 기대, 아마도 뉴턴이 연 시대를 반성없이 받아들인 일부 철학 지론을 향한 비판으로서의 자연의 본질적이고, 창조적인 힘을 향한 복속에 대한 요구와 훗날 헤겔 철학의 토대가 되는 형태와 본질간의 관계, 즉, 독립적인 두 가지에 작용되는 갈등과 힘의 균형을 해석하려는, 기존의 관념론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흔적이 엿보인다. 


 미상불 칸트에게 자연이란, 그가 비판서 작업을 착수한 원인이 되는 뉴턴적 사고방식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정신적 타자, 인간 정신의 외부에 존재하고, 오성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그 ‘무언가’에 지나지 않았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등장하는 ‘무목적적 합목적성’이란 인간 정신이 의도치 않았으나, 그 내부에 깃든 무한자를 향한 복속의 요구의 원리가 선천적으로 인간 정신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즉, 아름다운 것을 통해서 나의 정신을 기쁘게 만드는 원리의 씨앗이 나의 정신에 그것을 발견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존재했으며, 그것은 자연에 깃든 게 아니라 나의 영혼의 원리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다 분석적인 설명을 ‘(사)물자체’를 통해서 이뤄내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모호한 설명을 관념론의 아버지는 시도한다.- 피히테에게 그것은 절대자아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외부와 정신을 통일시키고, 무한으로 고양되는 힘을 피히테는 자아에서 발견한다. 모든 것이 자아 주관 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셸링은 다시 이 절대적인 힘의 가치를, -혹은 무게를- 자연, 즉, 절대적인 것의 총합이자, 만물을 창조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는, 모방으로서의 대상이자, 단순 형태에 지나지 않았던 조형예술의 선과, 질료와, 형태를 인간 정신의 기쁨으로 깨울 수 있는 원리의 씨앗을 지닌 그 무엇으로 규정한다. 이제 형태는 그 자체로 인간 정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 자연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오로지 그 피상적인 무언가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성으로 분석할 수 있는 개념에 속한 것이자, 질료 속에 존재하는 정신적인 것이다. 이제, 예술은 단순히 자연을 향한 절대적인 모방품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과 형태적인 것, 무의식과 의식, 정신과 개념의 적절한 균형 속에서 이뤄지는, 개념을 의식하지 않은 채 –그러나 영원히 존재하는 개념에서 탄생하며- 스스로 자행되는 산출되는 결과로서 존재하되 의식적이고, 수동적인 모방에만 그치지 않는, 오로지 그와 같은 것만이 최상의 예술로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이러한 균형을 아우르면서 고양되는 힘이며, 작품은 그것의 형태뿐만 아니라 그 본질적인 힘을 모방하면서 보다 자연정신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창조성을 띄게 된다. 붓이 닿는 것은 전적으로 기술의 영역이지만, 붓을 드는 것은 바로 그 영역에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 지 알고 있는 자만이 감각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의 본질이 드러나는 정신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고귀한 순간을 언제나 담보하며, 해야하는, 자연을 향한 모방으로서의 예술이 산출되기 위해서, 혹은 존재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단 하나의 보이지 않지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작품의 질료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해체 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