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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Sep 12. 2021

유기견을 입양하고 인생이 바뀌다

요즘의 나를 보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내 인생이 갑자기 유기동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유기견을 입양했으니 그는 곧 반려견. 즉, 최근 내 인생은 유기동물과 반려동물로 꽉 차 있다. 


그 전의 나는 직장을 다니거나 1인 기업을 운영하며 글을 끄적이던 사람이었다. 대단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난 일을 하던 사람도 아니다. 그냥 내 몸 하나 건사하며 평범하게 사는 인간이었다. 


그러다 다 때려치우고 제주로 내려왔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제주에 와서도 글이나 끄적대다 세계사 공부를 한다고 깝죽거리면서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제주 여행 다닌 게 전부다. 한량이었다. 


2년을 그렇게 한량 짓을 하다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다. 되돌아보면 그 순간이 내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킨 첫 발자국이었다. 


보호센터에선 왜 두 마리를 보여줬던 것일까. 입양일을 제대로 알고 갔더라면, 보호센터에서 한 마리만 보여줬더라면. 나는 그냥 개 한 마리를 키우는 한량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른쪽이 입양한 강아지


사연은 이렇다. 


'포인핸드'라는 앱을 통해 미리 아이를 확인했고, 제주동물보호센터에 전화로 확인도 하고 갔다. 그런데 그날은 입양이 가능한 날이 아니라고 했다. 뭔가 소통이 잘못된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왕 온 거 아이는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두 마리를 데리고 나오는 게 아닌가. 둘은 함께 발견된 남매라고 했다(내가 입양하려던 녀석은 여자아이였다).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강아지를 입양하는 게 처음이었던 나는 갑자기 둘을 데려올 순 없었다. 한 마리도 어떻게 키우는지 모르는데 두 마리라니.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도 열심히 보고 책도 열심히 읽었지만 실전은 없던 나인데... 그래서 다음날 원래 데려오기로 했던 녀석만 데리고 왔다. 2017년 12월 21일이었다. 



이름은 '탐탐'이라 지었다. 겨울에 버려졌던 아이라 감기가 심하게 걸려있었고 보호센터에서 다른 개에게 얼굴을 물러 구멍이 두 개 나있는 안쓰러운 상태였다. 한동안은 치료하느라 매일 병원에 다녀야 했다. 



그래도 탐탐이는 조금씩 적응을 해갔고 나중에는 편안하게 잠도 자고 슬리퍼도 뜯는 등 잘 놀았다. 



감기도 낫고, 예방접종도 어느 정도 한 이른 봄엔 첫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나가자마자 떵도 쌌다. 난 아직도 탐탐이의 첫 떵 자리를 기억하고 있다. 



탐탐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낼수록 녀석의 쌍둥이 남매가 생각났다. 보통은 공고기간이 끝나고 얼마의 시간 안에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한다. 그 녀석의 죽음을 볼 자신이 없어 '포인핸드' 앱도 다 지웠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고 다시 앱을 깔았다. 탐탐이를 데려온 지 2개월 정도 흐른 뒤였다. 


아, 녀석이 아직 살아있었다. 


함께 제주에 내려와 같이 살고 있는 친구는 그 아이를 데려와야겠다고 했다. 녀석은 그렇게 친구의 아들이 되었고 이름은 '제제'가 되었다. 2018년 3월 2일. 



탐탐이와 제제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딱 붙어있었다. 예전에 남매를 처음 만난 날 보호센터 관계자분이 말씀하셨었다. 얘네 둘은 딱 붙어있다고. 남자애가 여자애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그런 둘이었는데 어느 날 제제는 그 황량한(?) 보호센터에 혼자가 되었을 거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미안하고 미안했다. 지금 생각하면 두 마리를 다 데리고 와도 됐겠다 싶은데 그때는 그게 안됐었다. 


좌 제제 우 탐탐


둘은 아주 친하게 잘 놀았다. 지금도 둘은 너무나 다정하다. 현실 남매가 아니라 늘 비슷한 포즈로 잘 붙어 있는 참 다정한 남매다. 


좌 탐탐 우 제제


제제 역시 예방접종을 하고 중성화를 했다. 그게 얼추 끝났을 즈음, 친구와 나는 탐탐이와 제제가 있던 보호센터에 가서 봉사를 하기로 했다. 제제를 빨리 데려오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죄(?)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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