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부모라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기 마련이다. 나도 경험하지 못 한 미래를 자녀가 살아갈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염려와 불안은 고스란히 교육비 지출로 이어진다. 부모는 소비하고 그것을 자녀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자신의 소비가 훗날 자녀의 ‘안정적인 삶’에 일조하는 수단이라며 자위한다. 물론 나도 이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여느 부모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글을 적는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내 아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내 아이를 포함한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판단이 선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덕분이다.
2016년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의 입문서로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빠른 속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를 수 있는 범위와 깊이의 변화, 사회 전체의 시스템 충격(변화)를 특징으로 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인공지능과 로봇, 빅 데이터, 3D 프린팅, 나노, 바이오 기술 등의 기술혁신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그에 상응하는 과제도 안겨줄 것으로 전망하였다. 자녀 교육에 촉수를 곤두세워서일까. 나는 다양한 과제 중에서도 ‘불평등’에 주목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학비는 이제 사치스러움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새로운 시대에도 역시나 소수의 ‘있는 자’는 교육에 투자하여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다.
또한 저자는 기술이 빚어낸 파괴 효과와 자동화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반면 파괴 효과 덕분에 새로운 직종과 새로운 사업, 산업 분야가 창출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 내에 다양한 산업 분야와 직군에서 기술혁신이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눈에 띈다.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더욱 아끼지 않을 것이다.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타격이라는 내용 앞에 나의 불안과 염려는 커졌다. 사실 신기술은 지금도 특정 소수가 주로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콘텐츠들만 보아도 그러하다. 수백 권의 책과 노래, 영어를 들려주는 장난감 자동차가 있다. 이 자동차를 포함한 단행본 스무 권의 가격은 백만 원을 웃돈다. 영유아 자녀에게 이러한 신기술을 담은 콘텐츠를 사줄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지닌 파괴적 혁신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황맥락 지능, 정서지능, 영감지능, 신체지능을 제시하였다. 사실 이 방법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자본과 기술 없이 노력의 여하로 지닐 수 있는 이 덕목을 보고 있자니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네 가지 지능 중에서도 특히 정서지능이 가장 눈에 띄었다.
부모의 양육 방식은 자녀의 성격을 좌우한다. 일관된 양육 태도, 안정적인 물리적 환경, 주양육자의 정서적 안정 등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이렇게 물려받은 건강한 심신을 토대로 자기인식, 자기조절, 동기부여, 감정이입, 사회적 기술 등을 적절하게 해내는 정서지능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서지능을 지닌 리더는 창의적이고 회복력이 빠른 조직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 사고방식은 전적으로 정서지능에 달려 있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이 옳다면 적어도 나는 자녀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원으로 길러낼 자신이 있다. 자녀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해낼 자신이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부모에게, 넘쳐나는 교육 광고와 홍보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저자의 메시지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지침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