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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사람 Sep 06. 2021

임용고사 실패수기

승자만 기억하는 세상에 패자가 내미는 출사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최근 미시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결국 역사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탄 누군가가 기록하고 전해진 것이 많다. 이 대전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합격수기나 성공사례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실패한 자의 이야기는 흔히 보기 어렵다.



 


나는 승자의 기록을 공부한 패자다. 나는 내가 공부한 학문의 정체성에 반하는 글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이름하여 ‘교원 임용고사 실패수기’

 


나는 3년 간 수험 생활을 했고, 삼수 끝에 임용고사에서 낙방했다. 지금은 시험 준비를 접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는 패자이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행복을 입에 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장장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의 나는 시험을 치르는 겨울이 오는 게 두려웠다. 가을의 아름다움이 스산하게만 느껴졌고, 겨울이 되면 가슴 한 켠이 이유 없이 아렸으며, 교복 입은 학생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주변에 현직에서 근무하는 친구나 지인을 보면서 지적 열등감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책을 읽었다.

 


지금은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전공을 살린 일을 하고 있으며, 나의 일에서 그 누구보다 성취감을 느낀다. 그리고 암흑기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나와 나의 열정을 동경한다. 그러기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련의 시간을 겪는 이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세 편에 걸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공부를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 초시생~삼수생 시절까지의 이야기, 실패한 후 사회 구성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나의 경험담에 비추어 다른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주로 써내려 갈 것이다.

 





#임용고사, 함부로 시작할 것은 아니더라.

나는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교를 졸업했다. 수능을 보고 지원할 대학교를 찾으면서 ‘교직이수’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서울 소재 4년제 사범대학교를 갈 성적은 안 되니, 교직이수 제도를 활용하여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4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지배했다. 이미 이때부터 나는 수험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교직이수 제도를 생각하는 분들은 신중하게 선택하셨으면 좋겠다. 합격한다고 해도 교직이수 제도로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가장 낮은 호봉부터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

 


대학교를 조기졸업하고 4학년 1학기부터 노량진에 입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해 교원 임용 t.o가 발표되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의 과목을 수도권에서 채 10명도 채 뽑지 않았다. 조기졸업 신청을 취소할 수도 없었다. 그 길로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대학원에 (도피성으로) 입학했다.



[최근에는 주요 과목이라고 안심하던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t.o도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한다. t.o 역시 임용고사를 시작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갑작스럽게 간 대학원에서 잘 적응할리 없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학생이었기에, 주변에서는 바라는 게 많았다.



나는 대학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 한 채(정확히 말하면 도피성으로 들어갔으니, 학문 연구에 진지하게 참여하지도 못했고) 다시 임용고사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고생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내 책상. 지저분함의 극치.





사범대 출신 수험생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혼자 공부하기엔 불안했고, 수험적으로 재탄생한 역사 지식을 단기간에 학습하기 위해서는 수험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때문에 노량진 수험가의 선생님께 고액의 강의료를 지불했다. 전공 도서와 교육학 도서는 어찌나 부피가 두껍고 가격이 비싼 건지...

 


학습하는 장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홀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내가 공부를 할 당시만 해도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게 추세였다. 결국 돈을 버는 직업을 얻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투자가 필요했다.




[비싼 수험 비용도 무시할 수 없어요. 수험 생활에 필요한 돈을 미리 예상하고 지출을 계획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다음 편에서는 초수생~삼수생 시절까지의 공부 이야기를 주로 해볼까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 시리즈를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할 예정이에요.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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